보도자료

일그러진 현대인의 숨은 얼굴 - 구본훈 교수

작성자 : 홍보팀  

조회 : 9853 

작성일 : 2008-11-04 13: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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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현대인의 숨은 얼굴 - 구본훈 교수 - 11-4구본훈 이미지

일그러진 현대인의 '숨은 얼굴' 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도덕적 양심 박약, 범죄 쉽게 저질러
자기 불행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
어릴적 부모와의 애정결핍 등 원인
 
지난달 서울 논현동 한 고시원에서 정모씨(30)가 6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 정씨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주로 혼자서 지내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사회적 역할이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이코패스일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몇년사이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갑윤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정신장애자 범죄현황자료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2003년에 1천912명이었던 것이 2007년 6천777명으로 무려 254%나 증가했다.

특히 범죄동기별로 살펴보면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는 우발적 현실불만으로 인한 범죄자가 2003년 504명에서 2007년 2천196명으로 336%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코패스란

흔히 이들과 같은 부류로 혼동하는 반 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어려서부터 각종 비행을 저지르고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며 일생에 걸쳐 수많은 전과를 저지르곤 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는 반드시 범죄자가 아닐 수도 있으며, 몇 가지 점만 빼면 일생 동안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한다. 도덕적 양심이나 가치관이 박약해 사회적·법적 규범을 쉽게 무시해 범죄를 일으킨다. 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속이거나 착취하기도 한다. 이들은 때로는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해 외톨이로 지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직장이나 사회적 적응을 잘 하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나쁜 행위를 일삼기도 한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과의 공감능력의 결여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 해결을 위해서는 타인을 희생시킨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가까운 가족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타인의 고통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당한 고통은 크게 느낀다. 또 자신의 불행을 자신 외의 사람들 탓으로 돌리고, 오히려 가족들이 죄의식을 가지게 만든다.

◆왜 생기는 걸까

사이코패스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인자가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의 뇌 영상연구들을 보면 사이코패스들은 다른 사람의 예민한 감정을 잘 읽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사람이 슬프거나 고통스럽다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사이코패스들은 일반인에 비해 스스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공격성을 띤다는 보고도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적절한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학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 서로의 감정적 교류가 부족한 경우에 이들이 점차 자라면서 학교에서의 친구관계와 선생님과의 관계, 더 커서는 사회적 관계에서까지 이러한 경험이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점차 타인에 대한 불신이나 분노가 커지고 스스로에 대해서 열등감을 가지게 돼 그러한 분노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출한다.

◆치료와 예방

사이코패스의 치료는 상당히 어렵다. 사람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이들이 일으킨 사고나 문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꼭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범죄를 일으켰다면 이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경제적 손실을 일으킨 경우에도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사이코패스가 정신과적 장애라고 해서 이들의 문제 행동의 결과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면 사이코패스들의 개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회적 환경에서 보일 수 있는 우울증이나 약물남용 등의 다른 정신과적 장애가 있다면 역시 정신과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보이는 충동성이나 공격성, 불안정한 기분 등도 약물치료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어릴 때부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다. 부모는 아이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늘 잘 이해하고 도와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아이들이 불필요한 분노나 적개심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 도움말=구본훈(영남대병원 정신과교수>

2008년 11월 4일(토)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