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죽음을 바라보는 6가지 시선] - 이경희 교수

작성자 : 홍보팀  

조회 : 2919 

작성일 : 2007-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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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바라보는 6가지 시선] - 이경희 교수 - 11-23 이미지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가는 종착역…그게 죽음이죠

[죽음을 바라보는 6가지 시선] 말기암 환자 담당의사 이경희씨
 
갑자기 칼로 벤 듯 아프거나 저리는 '통증'. 이 놈이 찾아오면 한시도 편한 잠을 잘 수가 없는 말기암 환자. 이들은 이렇게 매일 극심한 고통을 삼키며 살고 있다. 선명한 육체 위로 다가오는 불균질한 죽음의 눈빛을 기다리거나 혹은 '절망'과 결투를 벌이면서 말이다. 살기 좋아진 세상이라지만 잔인한 병은 날로 더 많아지는 요즘, 죽음을 목전에 둔 이를 위한 마지막 '동아줄'은 당연 '의사'이다.

"현대의학의 한계로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들은 남아있는 삶의 행복으로부터 거의 내동댕이 쳐진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남대 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이경희 교수(47). 지난 21년간 그의 곁에는 항상 '말기암 환자'가 따라다녔다. 그가 맡고 있는 '혈액종양내과'에는 암환자들이 주로 찾아온다.

"암환자들에겐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육체적 '통증'입니다." 암으로 인한 통증, 즉 '암성통증'.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이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는 늘 이런 고민을 안고 진료한다. "죽음을 자주 접하는 종양내과 의사는 최신 지식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지만 환자와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 교수는 의료진이 죽음을 앞둔 암 환자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게는 하루에 3~4명, 적게는 일주일에 2~3명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통증이 없는 단 하루, 그 하루 동안 환자는 자신이 숨 쉬고 있으며,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으며 편안하게 보낸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살핌이 요구된다는 것.

통증을 느끼는 암환자의 60%가량은 수명을 연장하기보단 당장 통증을 줄이는 게 더 큰 바람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통증을 겪는다. 목숨을 연장하는 것보다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게 더 큰 바람이라고 할 정도로 고통이 크지만 진통제조차 제대로 먹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 교수는 회생 가능성과 연명 가능한 기간을 고려해 환자와 가족이 불필요하게 고통을 받는 기간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의 암환자 통증관리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회생 불능의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무의미한 치료를 이어나가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붉은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공허한 눈을 볼 때마다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가 생각하는 '죽음'은 무엇일까.

"'작은 즐거움'을 찾아 가는 인생의 종착역이지요. 육신의 병이 있건 없건, 인간의 행복이 절대적인 가치 기준이 되는 마지막 날입니다." 전인적(全人的) 치료. 그는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친절과 사랑을 베풀며 말기암 환자들의 삶을 소중하게 이어주고 있었다.

2007년 11월 23일(금) 영남일보 주간 위클리 4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