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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펼쳐든 대구
작성자 : 홍보팀
조회 : 8909
작성일 : 2008-07-02 00:00:00

책 펼쳐든 대구
관공서도 민간기업도 '독서 운동' 활발
책 돌려읽고 토론하고…
업무 아이디어 얻고 조직문화도 부드러워져
대구=최수호 기자 suho@chosun.com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 중구청 5층 소회의실. 20∼40대 남녀 10여 명이 책 한 권씩 들고 직사각형 탁자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여성이 "과연 장애인인 '브루크'가 한국에 살았다면 하버드에 갈 수 있었을까?" 하고 말하자, 한 남성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해야죠.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대답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이 끼어든다. "공무원 역할이 중요하죠. 서류에 얽매인 복지가 아닌, 직접 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의 힘든 점을 듣고 보살피는 실질적인 복지가 이뤄지도록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딸을 돌봐 하버드대학에 입학시킨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엄마와 딸 그리고 하버드의 기적'이라는 책을 들고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대구 중구청 독서동아리 '중독' 회원들. 두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기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이날 각자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얘기하며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대구에 '독서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관공서와 기업체 지하에서 먼지와 함께 뒹굴던 책들이 직원들 손에 들려 업무를 위한 아이디어 뱅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행정기관이 앞장섰다. 대구시는 지난해 5월 기업체에서 하고 있는 '지식경영'을 본떠 '독서경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책 읽기 운동을 시작했다. 전담 직원 1명을 배치해 매달 15권씩 추천도서를 정했고, 500여 권의 책을 구입해 행정자료실에 비치해 빌려가도록 했다. 매달 초 전 직원에게 '새벽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올 3월부터는 시청 홈페이지에 '독서경영'이라는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독후감이나 행정아이디어를 올리도록 했다.
사진설명 : 대구 중구청 독서동아리‘중독’회원들이 지난달 25일 구청 5층 소회의실에서 두 달에 한번 돌아오는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혁신법무담당관실 이현미(李玄味·여·37)씨는 "지난 4월엔 경북 고령군이 벤치마킹을 하러 왔고, 최근엔 부산과 인천의 구·군청과 경찰서 등에서도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직원들 참여가 늘고 시스템이 체계화되면 대구시의 독서경영은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구는 지난해 7월 청사 지하 1층에 있던 교양정보실을 지상 5층으로 옮겨 도서진열대와 열람테이블 등을 놓고 새로 꾸몄다. 지난해 640만원이던 도서구입 예산도 800만원으로 늘려 두 달에 한 번씩 신간도서를 구입하고 있다. 대구의 유일한 여성단체장인 윤순영(尹順永) 구청장의 감성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윤 구청장은 2006년 취임 때부터 "독서와 연극·영화를 가까이해 마음으로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자"고 했고, 간부공무원들에게 주는 설·추석 선물도 과일이나 식료품에서 책으로 모두 바꿨다.
지난 4월엔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를 갖고 직원 등이 준비한 책 2400여 권을 주민 2000여 명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윤순영 구청장은 "공무원은 책과 거리가 먼 조직이라는 인식이 지금껏 강했다"며 "하지만 시대에 맞는 감성적 행정을 펼치려면 직원들도 책을 읽어야 하고 그 결과가 업무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경영은 민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영남대학교의료원은 지난해 7월 전국 의료기관 최초로 이를 도입했다. 업무 파트를 '진료부문', '고객접점부문', '지원부문' 등 3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에 맞는 필독서를 선정, 직원들에게 읽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각계 리더들이 모여 책을 읽고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대구경영자독서모임도 2005년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배출한 회원 160여 명의 직업은 기업인에서부터 의사, 변호사 등으로 다양하다. 지금까지 '싸우고 지는 사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을 쓴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를 쓴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이사 등이 강연했다.
경북대 서정해(徐正解·50·경영학부) 교수는 "대구의 폐쇄성 짙은 정서와 딱딱한 조직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 같은 독서경영이 붐처럼 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책 읽기와 토론문화를 통한 독서경영은 대구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문화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7월 2일(수) 조선일보
관공서도 민간기업도 '독서 운동' 활발
책 돌려읽고 토론하고…
업무 아이디어 얻고 조직문화도 부드러워져
대구=최수호 기자 suho@chosun.com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 중구청 5층 소회의실. 20∼40대 남녀 10여 명이 책 한 권씩 들고 직사각형 탁자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여성이 "과연 장애인인 '브루크'가 한국에 살았다면 하버드에 갈 수 있었을까?" 하고 말하자, 한 남성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해야죠.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대답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이 끼어든다. "공무원 역할이 중요하죠. 서류에 얽매인 복지가 아닌, 직접 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의 힘든 점을 듣고 보살피는 실질적인 복지가 이뤄지도록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딸을 돌봐 하버드대학에 입학시킨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엄마와 딸 그리고 하버드의 기적'이라는 책을 들고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대구 중구청 독서동아리 '중독' 회원들. 두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기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이날 각자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얘기하며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대구에 '독서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관공서와 기업체 지하에서 먼지와 함께 뒹굴던 책들이 직원들 손에 들려 업무를 위한 아이디어 뱅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행정기관이 앞장섰다. 대구시는 지난해 5월 기업체에서 하고 있는 '지식경영'을 본떠 '독서경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책 읽기 운동을 시작했다. 전담 직원 1명을 배치해 매달 15권씩 추천도서를 정했고, 500여 권의 책을 구입해 행정자료실에 비치해 빌려가도록 했다. 매달 초 전 직원에게 '새벽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올 3월부터는 시청 홈페이지에 '독서경영'이라는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독후감이나 행정아이디어를 올리도록 했다.
사진설명 : 대구 중구청 독서동아리‘중독’회원들이 지난달 25일 구청 5층 소회의실에서 두 달에 한번 돌아오는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혁신법무담당관실 이현미(李玄味·여·37)씨는 "지난 4월엔 경북 고령군이 벤치마킹을 하러 왔고, 최근엔 부산과 인천의 구·군청과 경찰서 등에서도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직원들 참여가 늘고 시스템이 체계화되면 대구시의 독서경영은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구는 지난해 7월 청사 지하 1층에 있던 교양정보실을 지상 5층으로 옮겨 도서진열대와 열람테이블 등을 놓고 새로 꾸몄다. 지난해 640만원이던 도서구입 예산도 800만원으로 늘려 두 달에 한 번씩 신간도서를 구입하고 있다. 대구의 유일한 여성단체장인 윤순영(尹順永) 구청장의 감성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윤 구청장은 2006년 취임 때부터 "독서와 연극·영화를 가까이해 마음으로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자"고 했고, 간부공무원들에게 주는 설·추석 선물도 과일이나 식료품에서 책으로 모두 바꿨다.
지난 4월엔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를 갖고 직원 등이 준비한 책 2400여 권을 주민 2000여 명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윤순영 구청장은 "공무원은 책과 거리가 먼 조직이라는 인식이 지금껏 강했다"며 "하지만 시대에 맞는 감성적 행정을 펼치려면 직원들도 책을 읽어야 하고 그 결과가 업무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경영은 민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영남대학교의료원은 지난해 7월 전국 의료기관 최초로 이를 도입했다. 업무 파트를 '진료부문', '고객접점부문', '지원부문' 등 3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에 맞는 필독서를 선정, 직원들에게 읽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각계 리더들이 모여 책을 읽고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대구경영자독서모임도 2005년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배출한 회원 160여 명의 직업은 기업인에서부터 의사, 변호사 등으로 다양하다. 지금까지 '싸우고 지는 사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을 쓴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를 쓴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이사 등이 강연했다.
경북대 서정해(徐正解·50·경영학부) 교수는 "대구의 폐쇄성 짙은 정서와 딱딱한 조직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 같은 독서경영이 붐처럼 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책 읽기와 토론문화를 통한 독서경영은 대구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문화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7월 2일(수)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