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경도인지장애 - 박미영 교수

작성자 : 홍보팀  

조회 : 9442 

작성일 : 2007-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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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깜빡깜빡'…간과하면 치매로 발전 
때론 집 전화번호도 "?" 경도인지장애
최근 일 잊거나 잘했던 것도 갑자기 못해
불안·우울증 등과도 연관깊어 치료 중요
증상 나타나면 서둘러 진단 받는게 최선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이모씨(70)는 몇 년 전부터 유난히 깜빡깜빡하는 일이 늘고 심할 땐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씨는 그럴 때마다 '나이 들어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가볍게 넘겼다. 이씨는 올들어 집 근처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귀가한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고, 지인들을 몰라보거나 옷을 뒤집어입는 등의 문제를 종종 드러냈다. 가족과 함께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이씨가 앓고 있는 병은 '경도인지장애'였다.

박미영 영남대의료원 주임교수(신경과장)는 "최근에는 기억력 장애, 기타 다른 인지기능장애 여부에 따라 경도인지장애가 여러 유형으로 나눠지고 각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치매질환도 다르다"며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발견, 치매로 이환되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잦은 건망증 쉽게 넘기면 안돼

치매에도 전조 증상이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그것이다.

이 질환은 간단히 말해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다. 나이와 교육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으나 전반적인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단순한 건망증에 비해서는 더 자주 무언가를 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노인이 되면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감퇴하고 활동 영역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단순한 건망증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치매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경도인지장애의 주요 증상은 금방 있었던 일이나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이며, 이전에는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계속될 경우 치매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지역사회 역학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3∼19%이고, 이 질환에 걸린 환자 가운데 50% 이상이 5년 이내에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울증세 보이면 치매 전환율 높아

인지기능장애뿐 아니라 불안, 우울증, 초조, 무감동 등의 행동증상이 동반되면 치매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의 VA의학센터와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우울증이 심할수록 인지손상의 위험도가 커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65세 이상 노인 2천2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증상을 조사하고 6년 후 인지 손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실제로 우울증을 앓았던 노인들이 인지손상 정도가 더 심했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노년기의 우울증은치매로 혼동되거나 서로 동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료에 있어 우울증 치료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의 30∼40%가 우울증 증세를 함께 보이는데, 이 경우에는 활동장애나 지적 장애가 더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때에도 치매 치료와 함께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치매는 인지장애이고 우울증은 기분 장애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질병이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한다.

◆정확한 진단과 예방이 중요

발병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기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매로 이어지는 건망증인지 아니면 단순히 노화로 인한 건망증인지를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모든 증상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자세한 인터뷰에 의해 확인돼야 하며, 상세한 신경인지기능 검사상 나이 및 교육수준 등을 감안한 진단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술(SPECT)을 이용한 뇌 영상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찾아내는 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의 뇌에서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고 회상하는 부위를 '해마'라고 하는데, 이 부위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위축되고 기억력 감퇴가 나타난다. 같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라 하더라도 뇌기능 영상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면, 치매로 발전하는 환자의 해마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크기가 줄어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0세 이상 연령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기억력 장애를 호소한다면 조기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아직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법은 없다. 현재 최선의 방법은 가능하면 치매로 발전하기 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빨리 진단을 하고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 적절한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적극적인 태도와 기분 좋은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 성인병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치료해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

박 교수는 "치매치료제로 쓰이는 항치매약물이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늦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단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돼 조기 치료를 받는다면 약물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최소화해 일정 정도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박미영(영남대의료원 주임교수·신 경과장)

2007년 12월 4일(화)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