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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사회’ 가 그들을 죽였다 - 서완석 교수
작성자 : 홍보팀
조회 : 3595
작성일 : 2008-10-09 14:49:31
'모순의 사회'가 그들을 죽였다
탤런트 최진실 자살
자살은 고통과 싸우다 지친 사람들의 ' 최후의 선택'. 그러나 자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생의 마감으로만 볼 수 없다. 가족과 이웃, 사회와의 영원한 단절을 선택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자살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깊은 사회적 함의(含意)를 지닌다.
최진실씨를 생의 끝으로 이르게 한 사회적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 우리 사회의 적지않은 병리현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남 배려하지 않는 사회…'왕따' '악플'
"나는 외톨이·왕따…도무지 숨을 쉴 수 없다"고 했다(최진실의 유서). 무대 위 화려했던 국민탤런트 최진실도 외로웠다. '왕따' '악플'은 남을 배려하는데 인색해진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현상. 유니, 정다빈, 최진실 자살의 주요원인도 '악플'이었다.
왕따는 이미 오랫동안 사회문제화된 사안이기도 하지만, 악플로 대표되는 사이버 폭력건수는 지난해 19만1천488건으로, 2006년에 비해 47%나 급증했다(방송통신위원회 자료). 개인 및 단체, 동종업계 홈페이지에 비난 글이 올라와 사이버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대구경찰에 고소한 사건도 월 평균 18건에 이른다.
일부 네티즌은 악플을 마치 표현의 자유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이를 접하는 당사자에게는 소리없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검증 안된 무분별한 악플이 숙지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 남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플달기운동본부 관계자는 "악플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더 심하고 무책임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며 "제한적 본인 확인제 등 법적·제도적 개선과 함께 '악플달지 않기' 등 범 국민적인 선포운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탕주의…사채
최진실은 최근 '사채업 괴담'이 돌면서 증세가 악화됐다. 최진실 전에 세상을 떠난 안재환 역시 사채의 고통을 이기지 못했다. 사채시장의 확산은 한탕주의와 경제난, 빈부격차 심화 등 최근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현상이다.
사채업계에 따르면 통상 100만원을 빌릴 경우 선이자(원금의 5%)와 소개비(원금의 5%)를 빼고 돈을 주게 된다. 이후 일수로 하루 1만3천원씩(원금 1만원, 이자 3천원)을 100일간 갚아나가야 한다.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연 40만원(150%)인 셈이다. 조직폭력배 등 악덕 사채업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빌린 돈을 연체할 경우 5개월이면 원금과 맞먹는 이자를 갚아야 한다.
사채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가 팽배한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희망 상실이지속되면서 서민들을 '한탕주의' '펀드 신화'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또 다시 '쪽박 괴담'으로 변질돼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울증…고(高)자살국
최진실은 우울증을 앓았다. 자살자의 60%가 우울증을 앓는다. 그만큼 우울증은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감기 정도로 본다.
우울증은 과도한 음주나 극도의 정신적 압박이 동반될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03년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20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고 자살국가에 접어든 상태다. 여기다 사망이유 4위가 바로 자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은 1999년 자살자 수가 1천6명이었으나 2007년에는 1천370명으로 갈수록 늘고있다. (표 참조)
서완석 영남대병원 교수(정신과)는 "우울증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노아에피네프린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약한 스트레스에도 굉장히 큰 고통을 느낀다"고 경고했다.
◆이혼 권하는 사회… 가족해체
최진실은 이혼 후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한다. 이혼후 자녀 2명의 양육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혼은 최근 몇년 새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370쌍이 헤어지는 등 우리 나라의 이혼율은 매우 높다.
이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족해체다. 가정과 사회, 국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혼에 의해 가정이 깨질 경우 개인과 국가차원에 심각한 상처를 준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여성복지팀장은 "가족해체는 각 구성원에게 정서적 불안을 줘 사회의 건전성을 손상시킬 우려가 크다"고 언급했다.
◆경쟁사회…1등 압박감
최진실은 스무살에 연예계에 데뷔한 뒤 20년간 연예계 정상을 지켜왔다.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인기 절정의 드라마를 통해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청춘스타로 입지를 굳혔으며, 대종상·청룡영화제 등의 주요상을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은 1등의 자리에 있었던 그가 사생활로 인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심리적 압박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등 압박감은 비단 연예인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정년을 앞둔 어른에 이르기까지 1등을 강요한다.
조현춘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숙명상 최씨 역시 2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것"이라며 "절정의 인기는 떨어지게 마련이나 최씨의 예민한 감수성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채 사채설에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김효섭기자 hskim@yeongnam.com
2008년 10월 4일(토)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