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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유방암 로봇수술의 효과-영화 프로메테우스와 유방암 로봇수술에 대한 단상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2424 

작성일 : 2022-02-04 09:50:50 

 [특집] 유방암 로봇수술의 효과 

  

영화 프로메테우스와 유방암 로봇수술에 대한 단상


"로봇 수술을 강의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영화가 있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년, 리들리 스콧 감독)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는 현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로봇수술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 박사는 우주선에 있는 의료용 수술 기계에 혼자 들어가 맨 정신에 제왕절개로 배속의 에일리언을 꺼내는 수술을 받는다. 수술부위, 수술의 종류 등을 선택하고 기계 안에 들어가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수술할 부위를 소독, 마취하고 로봇 팔이 나와서 피부를 절개한 후 상처를 벌려서 다른 로봇팔의 겸자가 배속에 있는 에일리언을 꺼낸다. 마지막 스테플러로 봉합까지 하는 전체 수술 과정을 기계 스스로 진행한다.

 

2000년대 이후 외과 수술의 방향은 기존의 개복수술에서 복강경·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바뀌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도 2013년 9월 9일 ‘다빈치Si’를 이용한 로봇보조 갑상샘절제술을 시작으로 로봇수술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갑상샘, 전립샘 수술과 부인과 영역의 수술에서 로봇수술을 빼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유방암 수술에서 로봇수술은 다소 생소한 분야로 다른 부위의 수술에 비해 아직은 태동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병률 1위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여성 암 환자 11만5,080명 가운데 2만3,547명(20.5%)이 유방암이었다.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어서 초기 유방암은 비교적 ‘순한’ 암이라고 할 수 있다.

 

유방암 치료는 수술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유방암 수술은 ‘여성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유방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이기에 환자는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다행히 유방암의 3분의 2 정도는 ‘유방 부분절제술’로 수술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3분의 1 정도의 환자는 ‘유방 전(全)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기존 유방암 수술에서는 상실감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유두를 보존하는 방식을 택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하는 변화가 싹트고 있다. 하지만 유방 병변(病變) 주위로 7~10㎝가량 피부를 절개해야 하므로 눈에 확연히 띄는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수술 흉터를 줄이는 등 환자의 심미적 요구에 부응하는 로봇 수술까지 등장해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흔히 ‘유방암 로봇 수술’로 불리는 ‘로봇 보조 유방암 수술(Robot-assisted breast surgery)’은 2014년에 처음 시행된 이래 2016년 말 국내에 소개되었다. 환자가 속옷을 입었을 때 가려지는 겨드랑이나 옆구리 피부를 2.5~6cm 정도만 절개하고 그 부위로 내시경 장비와 로봇팔을 넣어 유방조직을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하는 수술 방법이다.

초기에는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되다가 2019년 9월 한국유방암학회 산하에 ‘한국 로봇-내시경 최소침습 유방 수술 연구회’가 만들어지면서 유방암 로봇 수술이 크게 늘었다. 다만 유방암 로봇 수술이 아직 태동 단계여서 유방암 환자는 물론, 의사도 낯설게 여기는 분야이다. 최근 연구회에서 수술법을 정형화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로봇 수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방암 로봇 수술의 장점은 수술 절개 부위가 작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흉터가 적게 생기고 수술 후 통증도 줄일 수 있다. 또 카메라를 통해 더 나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다관절 기능을 갖춘 로봇 팔로 섬세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은 2021년 본원에서 도입한 ‘다빈치SP’를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수술 절개 흉터가 작다는 것은 특히 유방암 수술에서 돋보인다. 유방암 환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가슴을 절제하는 것이다. 유방절제술이 많이 발전해 유두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절개 부위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슴에 눈에 띄는 흉터가 남는 것은 여전히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자연 가슴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기에 환자 만족도가 높다.

 

유방암 로봇수술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 산하 ‘한국 로봇-내시경 최소침습유방수술연구회’는 2016 ~ 2020년 본원을 비롯한 삼성서울병원 · 세브란스병원 · 서울아산병원 등 전국 8개 대학병원에서 시행된 유방암 로봇 수술 환자 73명(82건)을 분석한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지난해 국제 학술지인 ‘외과학 연보'(Annals of Surgery · IF 10.13)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유방암 로봇 수술에 관한 국내 첫 논문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환자 사례를 담아 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논문에 따르면 유방암 로봇 수술은 기존 유방암 수술과 비교했을 때 환자의 병원 입원 기간도 비슷했다. 게다가 전체 로봇 수술 가운데 재수술이 필요했던 경우는 2건에 불과했고, 유두를 보존할 수 없었던 경우는 단 1건에 그쳤다. 특히 로봇 수술 중 기존 수술 방식으로 바꿔야 했던 사례는 하나도 없어 로봇 수술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유방 재건 성형까지 마친 유방암 환자의 경우 겉모습으로는 수술을 받았는지조차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았다.

 

유방암 로봇 수술은 역사가 짧아 장기적 예후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유방암 로봇 수술은 초기 유방암 환자나 유방암 관련 유전적 위험(BRCA1/2 유전자 돌연변이)이 높은 환자에서 예방 목적으로 유방 전절제술을 시행할 때만 로봇 수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암 치료를 위한 로봇 수술 사례를 보면 장기 예후가 기존 절제술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제한적인 환자에게 또는 유방암의 유전적 위험이 높은 경우 유방 전절제술에서만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고 부분절제술에는 쓰이지 않고 있다. 유방 부분절제술은 아직 의사가 직접 손으로 만져가면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빠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술기가 발전하면 유방 로봇 수술의 적응증이 늘어나고 유방 부분절제술에도 활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환자 중에는 로봇 수술을 권하면 정말 ‘로봇’이 수술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는 2085년 수술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계가 등장하지만, 2022년 현재에는 로봇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술을 도와주는 또 하나의 칼이고, 겸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기술개발 상황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전되면 영화에서 보던 상황이 머지않은 미래에 실제로 가능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