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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C HEALTH] 「인슐린 발견 100주년 기념 」당뇨병 환자의 희망, 인슐린(내분비대사내과)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236 

작성일 : 2021-11-03 10:58:10 

  

 

 

 

 

오늘도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는 혈당이 먹는 약으로 잘 되지 않아 인슐린을 권유했지만 오해와 선입견으로 한참을 씨름해야 했다. 결국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기로 하고 진료실을 나가셨지만 한 켠으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2021년은 인슐린이 발견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지금이야 ‘인슐린’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100년 전에는 그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인슐린이 발견되기 전, 당뇨병은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에 걸리면 사망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병’ 이었다. 하지만 인슐린의 발견은 당뇨병을 ‘관리 가능한’
병으로 그 개념을 바꾸어 놓은 중요한 의학적,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1921년, 한 과학자의 집념의 결실이었던 인슐린의 발견 

 

 1920년대 초 캐나다의 외과의사였던 프레더릭 밴팅은 당시 의대생이던 찰스 베스트와 함께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 개의 췌장을 절제하면 당뇨병이 생긴다는 아주 기초적인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이를 밝히고자 두 사람은 개의 췌장관을 묶고 며칠 기다렸다가 섬 모양의 반점 부분을 떼어내 분석하고, 그 추출물을 혈당이 높은 개에게 주사하는 실험을 되풀이했다. 실험 대상이 된 개가 91마리가 될 때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두 사람의 열정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92마리째 실험에서 드디어 개의 혈당이 떨어졌다. 이물질의 정체는 1910년 영국 생리학자 샤피-셰이퍼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추출해 인슐린(insulin)으로 명명했던 물질과 같다고 밝혀지면서 인슐린으로 불리게 됐다. 

 

이후 인슐린은 당뇨병 혼수로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던 14세의 레널드 톰슨에게 세계 최초로 투여되었다. 1922년 1월 11일, 처음으로 사람에게 인슐린을 주사한 이 날 이후 이 소년은 놀랍게도 정상 수준의 혈당 수치를 회복하였고 이후 13년을 더 생존했다. 사형선고와도 같던 당뇨병의 치료제가 드디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밴팅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10세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의 기대 수명이 인슐린 발견 전에는 1.3년 남짓했던 것에 비해 인슐린 치료가 대중화된 이후에는 거의 비당뇨인들과 다름없게 늘어난 것을 생각해본다면 인슐린은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슐린은 누가 처음 사용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인슐린을 처음 사용한 의사나 환자가 누구였는지는 저자의 지식으로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인슐린의 존재가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23년 조선일보의 밴팅과 베스트가 인슐린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기사로 미루어 알 수 있다. 당뇨병은 8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질환이었기에 오히려 인슐린의 사용은 원래 목적보다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1950년대에는 인슐린의 부작용을 이용해 결핵이나 영양실조환자들이 영양 흡수를 촉진시켜 몸무게를 늘리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조현병과 같은 정신과 질환의 치료제가 없었던 시기에 인슐린으로 의도적으로 저혈당 혼수상태를 만들어 치료하고자 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각광받는 최신 치료로 소개되었다.
 

 


경제수준이 발전하면서 밥 굶는 걱정 대신 살찌는 걱정이 늘었고, ‘당뇨대란’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당뇨병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먹는 당뇨약들이 조금씩 개발되기 시작하기도 했고, 이전의 인슐린은 순도문제나 주사라는 불편함 때문에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까다롭고 번거로운 치료라는 오해가 점차 늘어났다. 아마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말기에 맞는다, 맞으면 합병증이 심해진다) 들은 대부분 이런 현상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00년 명품 인슐린, 선입견과 오해를 넘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슐린이 합병증을 증가시킨다거나 말기에 쓰는 약이란 것은 순전히 선입견이라 할 수 있다. 당뇨병약의 종류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에는 인슐린을 처음부터 쓰기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불편했기에 처방을 뒤로 미루던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슐린을 진단되자마자 집중적으로 사용해서 정상 혈당에 가깝게 유지한다면 오히려 당뇨병이 진정되거나(즉, 약을 쓰지 않고 혈당 조절이 가능한 상태) 약제를 최소한으로 써도 조절이 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필자도 당뇨병 초기에 인슐린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여 약제를 중단할 수 있었던 경우를 여럿 경험했기에 이 결과를 신뢰한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합병증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런 분들에게는 철저한 혈당 조절이 필요하므로 인슐린을 권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인슐린 치료의 결과로 오해하는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상황이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초기부터 혈당을 인슐린으로 철저히 조절한다면 오히려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확실히 낮아지므로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어떤 회사나 물건이 망하거나 없어지지 않고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다면 소위 ‘명품’ 으로 불리고, 신뢰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역사상 당뇨병약 중에 노벨상을 받은 것은 인슐린 밖에 없다. 가장 오래되고 안전성이 입증된 인슐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마땅히 바뀌어야 하고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인슐린의 적절한 사용은 보다 나은, 건강한 당뇨인의 삶을 도와주는 중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