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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항암제의 과거와 현재
작성자 : 혁신커뮤니케이션팀
조회 : 55
작성일 : 2024-05-07 17:10:21
우리 몸의 유전자는 발암물질, 노화 등에 의해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보통은 우리 몸이 알아서 수리한다. 그러나 스스로 수리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세포분열이 무한 반복되어 암세포로 변화한다. 모든 생명체는 죽어야 할 시기에 죽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지만 죽지 않고 계속 자라는 것이 바로 암이다. 표적항암제에는 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들이 있는데 이것이 항암 작용의 중요한 기전이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암이라는 통계가 나타내듯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도 많고, 예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표적항암제’라는 용어도 보편적으로 알려졌다. 보통 현재의 표적항암제는 2세대 항암제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암 진단 후 어떤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암세포는 특정 단백질이나 특정 유전자 변화의 신호를 받으면 성장이 더 촉진되는 경우가 있는데, 표적항암제는 이러한 암세포의 신호를 찾아서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한다.
표적항암제는 크게 신호전달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와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로 나뉜다. 그중 신호전달 억제제는 분자량이 작아 세포 내로 쉽게 들어가서 표적 부위에 도달할 수 있어 경구제로 사용하고, 단일클론항체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분자량이 커서 표적 부위에 도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구로 복용하면 소화효소나 위산에 의해 분해될 수 있어 주사제로 투여한다.
암세포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어딘가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더 자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암세포는 신체 내 새로운 혈관으로 뻗어간다. 사람이 전신의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듯 암세포도 똑같이 혈관을 이용해 자라고 다른 장기로 이동(전이)한다.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만들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약물을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억제제’라고 하는데 표적항암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작용하는 주사 항암제는 특별한 검사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주로 대장암, 난소암에서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용하여 치료 성적을 향상하며, 간암에서는 면역항암제와 병용하여 1차 치료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구 표적항암제 중 벤클렉스타(Venclaxta, venetoclax)의 개발은 혈액암인 급성골수성 백혈병(AML)의 치료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질병의 진행이 빠른 급성골수성 백혈병의 특성상 고강도 항암치료가 기본인데 고령의 환자는 견디기 어려워 그동안 저강도 항암치료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벤클렉스타 개발 이후 고령의 환자에게 이를 병용했을 때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결과가 나타났으며, 그 변화는 실로 놀랍다. 급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에는 벤클렉스타 외에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통해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사용된다.
항암제 치료 과정에서 환자는 ‘단일클론항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단일클론항체는 암세포와 같은 하나의 항원에만 달라 붙어서 암세포가 침투하거나 증식되지 않도록 막는 면역 물질(항체)이다. 이러한 단일클론항체의 특성을 이용한 항체 약물 접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가 개발되었는데 항체로 표적 부위를 찾아내고 해당 부위에만 약물을 투하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흔히 항체는 미사일로, 약물은 탄두로 많이 비유한다. 항체에 결합된 약물은 보통 세포독성 항암제인데 해당 약물을 전신에 사용할 때의 부작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표적에만 작용하는 성능이 우수하다. 기존 항암제에 비해 치료 성과도 월등히 좋다.
이러한 항체 약물 접합제의 치료 성적은 특히 유방암에서 두드러진다. 캐싸일라(Kadcyla, trastuzumab emtansine)가 개발되면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서 나타난 우수한 치료 성적을 바탕으로 지금은 전이되지 않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도 허가되었다. 이후로 엔허투(Enher-2, trastuzumab deruxtecan)가 개발되어 캐싸일라보다 월등한 치료 성적을 나타냈다. 이에 치료 약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평가받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땅한 치료약이 없었던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트로델비(Trodelvy, sacituzumab govitecan)가 개발되면서 NCCN 가이드라인에서 2차 치료제로서 당당하게 등재되어 있다.
주사 표적항암제는 단백질 제제이므로 우리 몸에서 이물질로 인식해 발열, 가려움, 피부발진을 비롯해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쇼크 등 여러 가지 주입 관련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은 주사를 처음 투여할 때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개인차가 크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 처치 약물을 투여하고, 투여하는 동안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적항암제는 정상세포에도 존재하는 표적 부위에까지 약물이 작용하면서 다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의 경우 정상적인 상피세포에도 작용하므로 피부발진이나 구내염이 나타나며, 장의 점막은 또 다른 상피세포이므로 설사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은 발생시기와 순서, 증상에 대한 개인차가 큰 편이지만,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경구제의 경우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복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관리하면서, 심할 때는 용량을 줄여 내성이 생기기 전까지 최대한 오랫동안 복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용 초기 몇 개월의 적응 기간이 지나면 부작용을 다스리며 생활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표적항암제는 만성골수성 백혈병,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신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좋은 치료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가 원인인 암 환자에만 가능해 사용이 제한적이다.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하면 암세포들도 점차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점차 감소한다는 단점도 있다.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다 보니 항상 고가의 약값이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된다. 보험 적용이 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려 환자, 보호자를 애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20여 년 전, 세계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이 개발되었을 때 그 누가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고혈압, 당뇨병처럼 먹는 약으로 조절하며 장기 생존할 수 있는 질환이 될 것이라예상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연구를 거쳐 표적항암제는 이제 항체 약물 접합제로 진화하였고, 좀 더 나은 항암효과를 기대하며 단일클론항체가 아닌 이중항체를 활용하거나 세포독성 항암제 대신 부작용이 적은 표적 단백질 분해제(PROTAC)를 붙이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지금의 신약 개발 추세로 본다면 머지않아 효과는 더 좋으면서도 내성은 생기지 않는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되어 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