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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C HEALTH] 결핵 - 이관호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672 

작성일 : 2020-12-01 08: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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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병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 이관호 센터장

빈곤과 결핍의 질병, ‘결핵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 이관호 교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씰의 계절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 퇴치를 위한 대표적인 모금 운동이다.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 오 헨리를 비롯하여 에밀리 브론테, 샬롯 브론테, 프란츠 카프카... 이름부터 익숙한 이 사람들은 모두 세계적인 작가이자 공통적으로 폐결핵을 앓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결핵이란

 1882324. 이 날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생명을 고통스럽게 한 결핵의 원인이 처음 밝혀진 날이다.  

독일의 저명한 세균학자인 로버트 코흐가 베를린 생리학회 저녁 강연회에서 결핵에 대하여란 강의를 함으로써 처음으로 결핵이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한 질환으로 밝혀졌다. 인류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지구상의 생물 두 가지는 인간과 결핵균이라 할 정도로 결핵균은 선사시대부터 인간과 밀접하게 공생해 온 세균이다.

 

결핵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과 작품

 과거 결핵은 수많은 문인, 음악가, 화가, 연극가, 조각가 등과 같은 예술가들의 애절하고도 슬픈 사연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국의 브론테 자매의 결핵 이야기는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고전 문학 소설 제인 에어를 쓴 큰 언니 샬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를 쓴 막내 앤 브론테 모두가 2~30대의 젊은 나이에 황량한 북부 잉글랜드에서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이외에도 시인 하이네, 셸리, 키츠 등과 소설가 오 헨리, 로렌스, 에드가 앨런 포우, 앙드레 지드, 안톤 체홉,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그리고 음악가 쇼팽, 요한 시트라우스, 멘델스존, 드뷔시, 파가니니 등도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사랑의 가슴앓이가 아닌 폐의 가슴앓이 병인 결핵으로 사망한 예술가가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과 같은 파격적인 시도로 1930년대 모더니즘의 발전을 이끌었으나 스물일곱에 날개를 접은 천재 문학가 이상, 사랑했던 사람과 결핵 때문에 결혼도 못 하고 마지막까지도 겸허하게 생을 갈구했으나 스물아홉에 사망한 김유정, 스물다섯에 멈춰버린 물레방아와 같은 삶을 살았던 나도향, “결핵에 걸린 사람 일 만 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아날 수 있다면 그 한 사람이 바로 나일세.”라고 마지막까지 떠나가는 배를 잡으려 했던 박용철,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동시 감자꽃을 쓴 아동문학가 권태응 등과 같은 많은 문인들이 있다.

 

 대중가수로는 가요 황제로 불렸던 남인수,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렸고 나그네 설움을 작곡한 이재호, 타향살이와 짝사랑을 작사한 김능인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70년대 통기타 가요의 대명사 가수로서 서정적인 가사와 한을 노래한 이름모를 소녀를 불렀던 김정호도 결핵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다. 이탈리아의 국민 오페라로 꼽히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주인공 비올레타 역시 결핵으로 병세가 깊어져 사망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의 여주인공 미미가 사는 곳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다락방이었다. 영국에서 결핵이 크게 유행했던 원인도 산업 혁명으로 인한 공해, 밀폐된 비좁은 주거 공간 그리고 영양 부족 등이었다. 결핵은 빈곤과 결핍의 질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8~9세기에 결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였으며, 그 당시 유행했던 매독과는 달리 결핵은 낭만적인 질환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그 시절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결핵에 걸리기를 기대하기도 한 아이로니컬한 시기였다.

 

 20세기 말 결핵 발병률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때 어느 비평가는 결핵이 점차 사라지는 바람에 오늘날 문학과 예술이 쇠퇴하고 있다.”고 설명할 정도로 결핵은 시대를 반영하는 창작 활동의 주체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결핵은 전혀 낭만적인 질환이 아니다. 결핵이 얼마나 인간을 황폐하게 할 수 있는지는 서부개척 시절인 1881O.K 목장의 결투를 벌였던 미국의 전설적인 총잡이자 평생 결핵을 앓았던 독 할러데이가 침대에서 기침을 하다가 죽느니 자신보다 빠른 총잡이에게 죽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한 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

 

결핵과 크리스마스 씰

 1904년 덴마크의 우체국장 아이날 홀벨에 의해 처음 시작된 씰은 결핵퇴치를 위한 대표적인 모금 운동이다. 우리나라 씰의 역사는 우리나라 결핵퇴치 활동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셔우드 홀에 의해서였다. 처음 발행 당시 씰을 사서 밤마다 정성껏 가슴에 붙이고 잤는데도 심한 기침은 조금도 낫게 해 주지 않았습니다. 돈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훌륭한 씰 약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당신의 요양원에 무료 입원할 수 있는 씰 입원권을 보내 주십시오.” 등과 같은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시절, 씰 구입은 즐거운 방학이 시작된다는 설렘의 시작이기도 하였다. 올해 씰의 주인공은 귀엽고 익살스러운 <자이언트 펭TV>펭수. 펭수와 함께 올 한 해 힘겨웠던 일들은 모두 떨쳐버리고 새로운 희망과 마주하길 바라는 의미로 발행되었다고 한다.

 

결핵 퇴치 역사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 영양 부족, 불청결한 위생환경, 부족한 항결핵제 등으로 결핵 유병률이 높았다. 1957, 1958~59년에 실시한 결핵실태조사에서 결핵 감염률이 67%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는 1962년 국가결핵관리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결핵 퇴치를 위해 1965년부터 매 5년마다 전국결핵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유병률, 감염률 등을 파악하고, 무료 치료사업, 신생아 출생 후 BCG 예방접종 등을 시행했다.

 

 이처럼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결핵퇴치정책과 80년대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개선된 위생환경, 대한결핵협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등과 같은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점차 결핵 환자의 수가 감소했다. 2000년부터는 결핵정보감시체계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 공공민간협력사업(Public-Private Mix collaboration)을 확대 실시했다. 최근 10년간의 신고 결핵 전체 환자 수를 보면 201150,491명으로 정점에 들어섰다. 이후로는 매년 환자수가 감소하여 2019년에는 30,304명으로 집계되었다. 신환자수도 꾸준하게 감소되어 23,821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46.4명으로 감소되었다.

 

 그러나 OECD 회원국 결핵 지표(2019)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59명으로 1이며, 사망률은 리투아니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청은 2018년 국제연합(UN)총회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결핵유행 조기종식을 결의한 데에 이어서 사전예방, 조기발견, 환자 관리 등을 포함한 결핵예방관리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2018년에 새롭게 결핵에 감염된 환자의 약 45%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임을 고려하여 발병 위험이 높지만 검진을 받기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결핵검진을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잠복결핵감염자의 조기 발견과 적극 치료를 지원하고, 관련 연구 개발을 확대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출처: 대한결핵협회, 결핵 60년사

 

활동성 결핵? 잠복성 결핵?

 결핵은 결핵균의 활동여부에 따라 활동성 결핵잠복결핵으로 나뉜다. 활동성 결핵은 사람 몸에 들어온 결핵균이 활발하게 활동하여 병을 일으키는 상태를 일컬으며, 이때에는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빠른 치료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기침, 미열, 식은땀, 피가 섞인 가래, 심한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 흉부 영상 검사와 객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잠복결핵활동성 결핵 감염자에 노출되어 인체 내 결핵균은 있으나 활동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무증상 상태로 전염력도 없다. 따라서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크게 1) 피부반응 검사(투베르쿨린검사)법과 2) 혈액검사(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으로 이뤄진다. 피부 반응 검사는 검사 시약을 피부에 주사하여 48~72시간 후에 피부에 나타난 결핵 반응 결과를 전문 의료진이 확인하여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혈액검사는 혈액을 채취하여 결핵균에 감염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양성자(잠복결핵감염) 진단은 피부 반응 검사와 혈액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잠복결핵 감염자가 검진을 통해 치료를 받으면 활동성 결핵이 발병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활동성 결핵으로 이행할 수 있고, 결핵균이 폐를 비롯한 여러 신체부위를 손상시키고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청에서 발표한 2019년 결핵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집단시설 결핵역학조사 총 4,526건 중 결핵환자 접촉자 13843명에서 기존에 신고 되지 않았던 잠복결핵감염자 12,873명이 추가적으로 발견되었다. 2019년 결핵환자 가족 접촉자 총 27,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잠복결핵 감염자가 5,761명으로 발견되었다. 따라서 나의 건강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도 잠복결핵 감염 치료 대상자의 경우 꼭 치료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으면 활동성 결핵으로의 발병을 90~95% 예방할 수 있다.

 

결핵 검사법

결핵감염검사는 결핵이 발병한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몸속에 결핵균이 들어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는 객담도말검사, 객담배양검사와 영상검사인 X선 촬영 검사가 있다. 객담도말검사는 결핵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객담을 염색해 균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객담배양검사는 의심 소견을 보이는 환자의 객담 내 균을 증식시켜 균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다. X선 촬영 검사로는 흉부의 음영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 이를 통한 결핵 발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84일 개정된 결핵예방법 시행 규칙에 따라, 의료기관·학교 등 집단시설의 교직원·종사자의 경우 결핵 및 잠복결핵 검진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잠복결핵 검사와 치료는 보건소와 병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치료

 결핵 치료는 1943년 왁스만이 흙 속에서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여 치료에 적용하면서부터 치료약이 개발되기 시작하였고, 효과적인 치료약제가 개발되어 정확한 치료가 시작된 것은 최근 약 30년 정도이다. 현재 결핵은 항결핵제를 6개월 동안만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완치되는 질환이다.

 

 결핵을 처음 치료하여 실패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원인은 환자가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여 약제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2차 항결핵 약제는 1차 약제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며,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많기 때문에 처음 결핵으로 진단되면 반드시 1차 약제로 완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130여 년 전에는 불치병이었던 병도 이제는 완치가 가능하다. 결핵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이 되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BCG 접종을 하고, 활동성 결핵 환자를 피하며, 접촉하였을 때는 흉부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청결한 개인 위생, 규칙적인 생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결핵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 이관호 교수는 현재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회장과 대한 결핵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장을 맡으며, 결핵퇴치 사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