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외 탐방

문화산책 - 가을에 만나는 모딜리아니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2746 

작성일 : 2010-10-27 15: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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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와 잔느

문화산책 _ 영혼을 그린 화가


가을에 만나는 모딜리아니


- 천상(天上)에서도 그들만의 그림 그릴까 -


피부를 스쳐가는 바람이 차갑다. 올여름, 언제 그렇게 무더웠나 싶을 정도로. 낙엽이 떨어지고 찬 가을바람 불면 처량함과 상실감이 몰려온다. 성인 남성 절반이 가을을 탄다고 한다. 숙명과도 같이 고독을 느끼며 코트 깃을 세우게 하는 계절인 것.


▇ 길쭉길쭉한 인물들 등장

아메데오 모딜리아니(Modigliani Amedeo, 1884~1920). 파리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미술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고 시와 몽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쳤다. 우리에게는 오로지 초상화만 그렸던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그린 인물들은 비대칭 구도로 길쭉길쭉하다. 왜곡된 코, 길게 늘어진 목과 마스크의 독특한 양식... 그의 작품 속 모델에는 눈동자가 아예 없거나 한 쪽만 있는 경우도 많다. 


모딜리아니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미술사에 전설로 전해오는 얘기. 젊은 화가 잔느 에뷔테른과 나눴던 짧은 러브스토리다. 33세의 모딜리아니는 14세나 어린 잔느와 사랑에 빠졌고, 그녀를 모델로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그런데 캔버스 속 그녀는 대부분 어디를 보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한 미술사가는 모딜리아니가 모델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볼 때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 영혼을 그릴 수 있을 때 눈동자도 그릴 수 있어      

눈동자가 없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을 더 빨아들여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빈곤 속에서 병마와 싸우면서 지독하게 고독과 방황을 일삼았던 모딜리아니는 3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을 마감하면서 잔느에게 천국에서도 모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남겼다고 한다. 평생의 소울메이트(soulmate, 영혼이 통하는 동반자)였던 22세 아내는 이틀 뒤 임신한 상태로 친정집 6층에서 뛰어내렸다.


모딜리아니와 잔느가 함께했던 비극적인 사랑이 어쩌면 모딜리아니의 삶을 신화(神話)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모딜리아니의 예술세계를 소개한 책을 쓴 도리스 크리스토프는 “모딜리아니에 관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그의 삶을 미화하는 데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화되고 부풀려진 미몽(迷夢)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딜리아니가 잔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펼쳤던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비록 가난했지만 예쁜 딸의 출생과 함께 둘이 같이 살았던 1917년부터 3년간은 그의 예술인생에서 절정기를 이룬 걸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짝 마른 낙엽을 보면 마치 내 모습 같고, 다시는 여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모딜리아니가 남긴 그림을 감상해보는 게 어떨 런지.

  

도 움 : 이 은 일 / 의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