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외 탐방

봄의 교향곡 - 귀 한 손 님

작성자 : 정 하 점  

조회 : 2486 

작성일 : 2011-04-28 11: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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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봄 꿀벌이 가져다 준 추억

수필 _ 봄의 교향곡


귀한 손님


- 삶에 달콤한 과일과 열매로 다가온 봄의 기억 -


정 하 점 / 부속실


2주일쯤 전 일이다.

주말 저녁에 아파트를 들어서는 데 아파트 입구 소박한 작은 화단에 꿀벌 한 마리가 윙윙거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연분홍빛 복사꽃잎을 향해 마치 구애라도 하듯 연신 날갯짓을 하며, 엉덩이춤을 추고 있었다. 작은 키의 어린 복숭아나무와 꿀벌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얼마나 예쁘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꿀벌이라 하면...

벌을 무척 싫어하던 내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벌에 대한 낯가리기는 엄청나서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꽃등애조차도 그리 탐탁하지 않게 여겼었다. 돌이켜보면 아득하게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5, 6학년쯤 때 일로 기억된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난 후 소에게 꼴을 먹이는 일은 늘 내 차지가 되곤 했었다. 그날은 전에 없이 꼴을 뜯고 있던 소가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는 게 아닌가? 70년대 초 가난한 시골동네에 커다란 소라고 하면 엄청 중요한 가계의 보물이었다. 혹시라도 소를 잃을까 봐 겁이 나서 소고삐를 단단히 감아쥐었다.


계속해서 소는 날뛰었다.

고삐를 쥔 나는 소한테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고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갑자기 머리를 비롯해 온몸이 따끔거려 왔다. 소가 꼴을 먹다가 벌집을 건드렸고, 화가 난 벌떼가 맹공을 가한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산 속은 정말 무섭고 겁이 났다.

하지만 소가 멀리 달아나면 더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끝내 소고삐를 놓지는 않았다. 그 상황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잘 모르겠다. 덕분에 그날 집에 돌아온 내 몸에는 온통 벌들 시체로 가득했다. 머리 밑이며 옷 속에까지... 죽은 벌들을 일일이 떼어내는 일 또한 무척 힘이 들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면 긴장됐다. 소리가 들리는 방면으로는 지나가기가 무서워 시간이 걸려도 돌아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벌이 예쁘게 느껴지다니...

평생 처음이었다. 그것도 눈에 삼삼할 정도로...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날 이후 가끔씩 그때 그 꿀벌이 노닐던 자리로 자꾸 눈길이 가곤 한다. 오늘 아침, 2주 전 싱그럽고 발그레하던 그 꽃잎 대신 연두색 새싹들이 대신 아파트 화단을 메우고 있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꿀벌들이 내 삶에 갖가지 달콤한 과일과 열매를 제공해주었구나!’

‘알든 모르든 저 꿀벌들조차도 나를 먹여 살려 왔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