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이야기

영화 감상문 - 어쩌나. 흐르는 세월 잡을 수도 없고 - 영화 '은교'를 보고 나서

작성자 : 현 철 상  

조회 : 1803 

작성일 : 2012-05-29 10:31:18 

file 01.jpg

한국영화 '은교' 포스터

영화 감상문

 

어쩌나. 흐르는 세월 잡을 수도 없고

 

- 나이 듦에 대한 회한... 영화 ‘은교’를 보고 나서 -

 

현 철 상 I 기획예산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노(老)시인 이적요. 스승의 재능을 갈망하다 탐욕에 눈이 먼 제자 서지우. 어느 순간 문득 그 둘 사이에 나타난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은교.

 

늙음과 젊음, 그리고 어림... 그 삼각관계는

영화는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시선(詩仙)이라 불리던 천재 노시인 이적요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거울 앞에 벌거벗은 몸을 비춰보며, 지난하게 흘러버린 세월 그 무상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쓸쓸한 모습... 한때 찬란한 젊음이 그래서 더욱 치열한 열정이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 초라하고 너무나도 허무한, 허무하다 못해 슬픈, 주름과 백발성성한 노인...

 

원래 전공이 문학과 관계없었던 서지우는 스승이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갈망하면서도 자신의 무능함에 번뇌하는 인물로, 채울 수 없는 재능의 부족함을 존경하는 스승 수족 노릇을 하면서까지 조금이라도 동화시키고자 하는, 그리고 그 감정이 너무 강해 사랑하는 마음마저 생겨버린, 가련한 인물로 그려진다. 나이 듦과 청초하고 가녀린 어림 그 중간에서 혈기왕성해 위험한 젊음을 대변한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어느 날 은교라는 고등학생이 불쑥 나타나면서 평형적이던 둘 관계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해맑고 싱그러운 봄 햇살 같은 여고생에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는 노시인, 그건 더럽고 나쁜 거라고 스승과의 사이를 떼어놓으려는 제자, 이에 따른 파국이 영화 전체 줄거리이다. 영화는 이 세 사람 관계를 너무 지나치지도 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게 담담히 그려낸다.

 

지상의 삶 견디며 초월적 꿈 간직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해진다.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라던가 봉준호 감독의 ‘마더’처럼 인간 본연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욕망에 대한 구술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두 영화보다 친절한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솔직히 일반관객에 다름 아닌 내 시각으론 ‘박쥐’나 ‘마더’를 보고 난 후 도대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무척 쓸쓸하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돌이킬 수 없어 더더욱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씁쓸한 자각... 젊음이 없는 노시인과 재능이 없는 젊은 제자 사이에 은교는 부족한 한 조각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이란 없다. 이적요의 대사는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밝고 따사롭고, 천진난만한 순수 백치미에 요염함까지 내비치는 은교는 어리면서 젊음을 상징하는 존재다. 은교의 샘솟는 듯한 영롱함이 어둡고 고독한 노년 시인과 대비되는 영상은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을 향한 회한으로 절절하게 다가온다.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광고 카피 문구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이 영화는 지난 가을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바로 그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