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외 탐방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 별』을 추천하면서...

작성자 : 김 용 진 교수  

조회 : 4200 

작성일 : 2009-11-27 12: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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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상문 _ 책은 마음의 양식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 별』을 추천하면서...


-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 갈등을 더 잘 이해하고 보듬어 안아야 할 것 -


김 용 진 교수 / 병리과


장기이식이 현대의학의 총아로 여겨지면서 우리 사회는 장기 기증을 가장 고귀한 인간애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면역 적합성 검사를 해서 자신만이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면 과연 누가 선뜻 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지난해 조디 피콜트가 쓴 소설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 별’은 이런 숨기고 싶은 명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 미국의 각종 토론프로그램 주제로 등장했으며, 올해 닉 카사베츠 감독이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 언니의 ‘쌍둥이 별’, 목적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이

네 살 아들과 두 살 난 딸을 가진 행복한 가정이, 딸 케이터가 백혈병에 걸리면서 가족 구성원의 삶은 하루아침에 상상조차 못했던 상황으로 치닫는다. 아이가 받아야 하는 각종 검사, 치료, 되풀이되는 입원, 무서운 출혈, 약물 부작용에 따른 고통, 갑작스런 응급실 출동 등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날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엄마 사라는 계속 재발되는 딸을 위해 동종 기증자가 될 수 있도록 유전자가 같은 시험관 아기를 계획적으로 임신한다. 이렇게 태어난 딸 안나는 소위 목표를 가지고, 아니 목적을 위해서 태어난 맞춤아이가 된다.


안나는 언니의 ‘쌍둥이 별’로 태어나 출생 즉시 행해진 제대혈 기증에 이어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등을 여러 번 기증하면서 언니 목숨을 지키는 ‘시스터즈 키퍼’가 된다. 그러나 13살이 되면서 16살 언니에게 이제는 신장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자 돌연히 기증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유명한 변호사를 찾아가서 의료선택의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부모 승낙만으로 기증이 이뤄져도 되는 것인지? 그것이 가족을 살릴 수 있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거절할 수 있는 일인지? 기증을 거부함으로써 언니가 잘못된다면 안나는 그 죄책감을 안고 어떻게 계속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 갈 것인지? 생각해야 할 많은 갈등을 주제로 올리고 있다.


▇ 인간의 존엄성과 가족의 중요성 사이 간극

또 케이터가 난치병에 걸리자 나머지 가족 인생은 모두 바뀌어져 버린다. 엄마는 머리 한 번 제대로 빗어보지 못하고, 피곤에 절은 전투적인 여자가 돼버린다. 소방관인 아버지는 화재발생 출동 콜보다는 딸이 겪는 응급상황이 더 중요해진다. 두 살 위 오빠 제시는 이집저집 맡겨지는 신세가 된다. 자신에게 향해지는 관심이 없어졌다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비행청소년이 된다.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구성원 각자가 주인공이 돼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이 소설은 환자를 돌보는 우리에게 그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고, 갈등도 잘 보살펴야겠다는 깊은 성찰을 일으키게 한다.


장기 입원환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가족 모두는 그 질환에 관련된 각종 검사 및 치료법에 전문가가 돼 있고, 병원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책을 읽어가는 중간 중간 미국 의료시스템과 각종 치료법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어 우리에게 또 다른 흥미를 주고 있다. 그리고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병원종사자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많아 일반인 눈에 비친 우리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

사라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암 병동은 일종의 전장이고, 분명한 위계질서가 있다. 의사는 승리를 따내려는 영웅이 되고자 바람처럼 왔다갈 뿐, 전날 어디까지 진군했는지를 기억하려면 우리 아이의 진료기록을 다시 읽어야 한다. 사실 노련한 하사관은 간호사다. 도상작전의 지도를 작성하는 건 의사일지 모르지만, 그 전투를 견디게 해주는 건 바로 간호사인 것이다.”


간호사가 자기 아이의 인형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종이꽃을 만들어 수액병에 감아주는 모습 등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피곤과 긴장에 찌들어 슬퍼할 겨를도 없는 사라는, 근무를 마치고 가던 간호사가 건네주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춘기 소녀에게도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처럼 사랑이 싹튼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남자 아이와 나누는 첫사랑은 우리의 가슴을 애이게 한다. 신체 여러 곳에 카테터가 드리워져 있어도, 항암제 복용 때문에 일어나는 매스꺼움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 돕고,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암 환자를 위한 병동의 파티는 여느 연인들의 축제처럼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가 된다.


자, 여러분. 이 소송은 어떻게 결말이 날까요? 법정판결 이후 그 가족은 어떻게 지낼까요? 케이터는, 안나는 어떻게 될까요?


며칠간의 소설 속 세상에서 나와 보니 어느새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