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외 탐방

[문화 탐방] 1보다 8이 크지 않은 인간 존엄성의 셈법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216 

작성일 : 2021-10-05 10:49:38 

file 문화탐방-04.jpg

문화탐방

 

글 · 김일국 교수(성형외과)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와 ‘A.I.(2001)’는 인간에게만 존재하고 인간만이 고민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을 통해 물음을 던진다는 면에서 서로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2차 세계대전 말미 미국 한 가정의 4형제가 참전하여 그 중 3명이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 일병(멧 데이먼)만이 살아남아 형제들이 전사한지도 모른 채 전선에 남아있다. 미국방부는 아들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해 막내 아들을 전장에서 구출해내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밀러 대위 (톰 행크스)를 지휘관으로 하는 총 8명의 구출팀을 전장으로 파견하게 된다. 

 


[A.I.] 

미래의 지구.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정원 가꾸기, 집안일 등 가사노동을 대신해주는 시대이지만 감정을 가진 로봇은 아직 없
었다. 아들이 불치병에 걸려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된 상태로 지내고 있는 스윈튼 부부는 사이버트로닉스사의 인간을 사랑하게끔 프로그래밍된 최초의 로봇 소년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을 입양하게 된다. 데이빗이 이들 부부의 아들 역할을 하며 살아가던 중 친아들 마틴의 치료제가 개발되어 집으로 돌아오자 데이빗은 길거리에 버려지고 만다.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는 데이빗은 엄마가 들려준 피노키오 동화를 떠올리며 진짜 인간이 되면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두 영화의 중요한 공통점은 라이언과 데이빗에겐 어떠한 선택권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 명을 구하기 위해 8명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를 구하러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라이언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이었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할 수는 없었 다. 당장 내게 닥친 일이 아닐지라도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이유가 되는 지점이다.


인간의 가치는 얼마인가? 쉽게 매길 수는 없을 것이다. 1보다 8이 크다는 계산이 꼭 맞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기계는 할 수 없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1보다 8이 크지 않은 그 인간의 가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역설적이게도 두 영화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통해 그 대답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가치는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사랑하고 살아간다. 부모는 죽겠지만 그들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은 자식들은 부모를 추억하며 자식을 낳고 기르며 여전히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밀러 대위의 묘를 찾아온 라이언과 라이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2천 년을 기다려 그토록 보고 싶던 엄마와 단 하루를 더 살게 된 데이빗에게 별난 것 없는 이 평범한 하루는 데이빗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고 무한히 반복될 소중한 하루였다. 로봇 데이빗의 기다림과 간절한 바람과 그 마지막 날에 대한 기억이 인간의 가치를 완벽하게 대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