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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전으로 보는 세상] 헤로도토스의 『역사』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91 

작성일 : 2021-07-07 08:55:23 

[서양고 전으로 보는 세상] 

헤로도토스의 『역사』

   

  글 · 진단검사의학과 최창수

 

 

 

유럽 최초의 역사책인 『역사』를 쓴 헤로도토스(Herodotos)는 기원전 484년경 지금의 터키 서해 안에 있는 그리스 식민도시 할리 카르나소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성장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여러 곳에 여행을 다니며 견문과 시야를 넓혀나갔으며, 자신이 경험 한 것을 기록했다. 

 

『역사』에 등장하는 지명들은 대부분 그가 직접 방문했던 곳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나라들 즉 리디아, 바빌론, 이집트, 스키타이, 트라 케, 프뤼기아, 키레네 등지를 여행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배경으로 글을 썼으며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은 여행객들로부터 조언 을 구했다. 

 

오래전부터 『역사』는 역사학의 고전으로 인정받았다. 천병희 교수 는 2009년 그리스 원전을 국역했으며(도서출판 숲), 2016년에 는 김봉철 교수가 국역하기도 했다(도서출판 길). 이 책의 주제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이다. 책명이 『역사』라고 되어있지만 정확 한 명칭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사’라고 해야 한다. 저자는 이 전쟁 을 이해하기 위한 예비 단계로써 페르시아 왕들 즉 키루스, 캄비세스, 다리우스의 치세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인근 국가들 의 지리, 기후, 풍습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이집 트의 미라 제조방법에 대한 기술은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 다. 제7권부터 9권까지 전쟁의 시작, 경과, 결과가 묘사되고 있 다. 저자는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의 대패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일반의 탐욕, 오만, 권력욕의 비극적인 참상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솔론,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 아르타바노스 등은 어떤 삶이 바람직하고 어떤 삶이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알려 준다. 특히 크로이소스왕의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크로이소스왕은 교만과 우둔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 주며, 우리는 그에게서 행복의 허약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국력을 고려할 때, 크세르크세스는 이 전쟁 에서 승리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무참하게 패배했다. 그리스인 들의 행동 양식에 대한 무지, 전략의 부재, 훈련되지 않은 병사들, 개인적인 교만과 부도덕이 그를 도망자의 처지로 만들었던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인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전쟁 당사국들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가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출생지가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아 외국의 문물과 사람 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신들의 개입보다는 인간의 행동과 인격에 강조점을 두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페르시아 전쟁을 다루고 있으나 단순한 전쟁기록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서술한 역사임을 보 여준다. “인간이 행한 일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또한 위대하고 경탄할 업적이 소멸되지 않게 하기 위 해, 특히 그리스와 페르시아 두 민족이 싸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를 발표한다.” 말하자면 페르시아 전쟁이라는 대사건의 역사적 의의를 높이 평가하여 그 업적을 영구히 보존하고 또한 전쟁의 원 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리스어 ‘historia’ 는 “조사와 탐문을 통해 얻은 지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헤로도 토스는 고대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을 탐문하여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일부는 과장되거나 오해한 내용이 있 다고 하지만, 헤로도토스가 펼쳐놓은 고대의 박물지는 그 자체로 도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마라톤 전투, 테로모필라이 전투, 살라미스 해전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이 전투에 참여하는 전사들도 훌륭하지만 이 전투를 지휘하는 밀 티아데스, 레오니다스, 테미스토클레스의 전략과 지혜는 감탄을 자아낸다. 이들은 전사들뿐만 아니라 전사들의 부모를 포함한 전 시민들의 애국심을 고무시키는 연설과 행동을 몸소 보여준다. 

 

『역사』의 곳곳에서 헤로도토스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참모습이 드 러나는 것을 느꼈다. 책에 산재해 있는 각종 일화는 그 자체로 충 분한 하나의 이야깃거리였다. 개인적으로 압권은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 공격을 결정하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이었는데, 결론을 알 고 있는 상태에서도 거듭되는 반전의 실타래 속으로 빠져들게 되 었다. 왕과 한 개인으로서의 크세르크세스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헤로도토스는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할 의무는 있 지만, 자신이 그 이야기를 믿을 의무는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논거를 대고, 자신 의 입장을 밝히는 것, 그것이 모름지기 모든 주장의 원칙이 아닐까? 

 

『역사』에 있어 기본적인 논쟁거리의 하나는 역사 기술의 객관성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허위, 신화, 오판 등이 산재해 있다. 다소 객관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진지하 게 검토하고 기록하는 행동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헤로도 토스의 저서가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키케로는 그 를 ‘역사의 아버지’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부여하였다.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며 객관적으로 기술하려 하고 비판하는 태도는 언제 나 칭송되어야 할 탁월성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