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외 탐방

[서양 고전으로 보는 세상] 그리스 비극작가들의 비극전집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154 

작성일 : 2021-07-06 10:27:23 


그리스 비극작가들의
비극전집
 

  

 

글 · 진단검사의학팀 최창수 

 

 

 

많은 사람들이 불운 또는 자신의 과실에 의해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삶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비탄을 가져온다. 인간의 비극적 삶은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들에 의해 극명하게 조명됐다. 도시국가들은 저마다 시민들의 미적 발달과 도덕적 교훈을 주기 위해 1만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야외공연장을 만들고 국비로 비극시를 공연했다. 기원전에 건립된 많은 극장이 유적으로 남아 있으며, 일부 극장들은 지금도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최초의 비극 시인인 아이스킬로스(Aischylos`BC525~456)는 그리스신화에 바탕을 둔 많은 비극시를 썼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7편 즉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자비로운 여신들』, 『페르시아인들』,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탄원하는 여인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만 전승되고 있다. 처음의 세 작품은 유일하게 남은 3부작으로 아트레우스 가문의 비극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3부작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아가멤논, 클뤼타임네스트라, 아이기스토스는 권력욕과 정욕의 노예가 되고 있으며, 오누이 관계인 오레스토스와 엘렉트라는 오직 복수심에 사로잡혀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전적으로 외면하고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과실도 있었지만, 올림포스의 신들이 그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들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원인과 이유들을 모두 신들의 의지로 간주했다. 기원전 4세기 후반에 와서야 비로소 비극시들은 인간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406)는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비극시인 아이스킬로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에우리피데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그리스신화에 바탕을 둔 120여 편의 비극시를 썼지만 현존하는 것은 7작품에 불과하다. 즉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 『아이아스』, 『트라키스 여인들』, 『엘렉트라』,『필록테테스』가 그것들이다. 

 

 

 Oedipus at Colonus, Jean Antoine Théodore Giroust(French, 1753-1817), 1788 작, 캔버스에 유화, Dallas Museum of Art 소장

 

7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독특한 성격을 보여준다. 이 성격들은 극이 끝날 때까지 일관성을 보인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주인공 오이디푸스는 매력적인 인품 즉 지성, 결단력, 완력, 위엄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극단적인 오만을 극복할 수 없었다. 『안티고네』에서 주인공 안티고네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최초로 실증법보다 자연법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놀라움을 안겨 준다.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독재자 앞에서 자연법주의자는 비극적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에서는 오만과 독선으로 신의 저주를 받은 오이디푸스가 신과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아스』에서는 주인공 아이아스 장군이 아킬레우스의 무구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그가 얻은 불멸의 명예를 잃고 자살해 버린다. 『트라키스 여인들』에서 여주인공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인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되찾으려다가 과실로 그를 죽이게 된다. 『엘렉트라』에서는 주인공 엘렉트라가 오라비 오레스테스와 함께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복수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필록테테스』에서의 오디세우스는 『아이아스』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트로이아 정복을 위해 모든 술수를 다 동원한다. 

 

소포클레스는 자신의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생의 비극적인 측면을 조명하는 일에 전념했지만, 그 자신은 90세까지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는 부유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관직도 역임하였다. 그는 당대 최고의 인물들 예컨대 페리클레스, 소크라테스, 헤로도토스 등과 교류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그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행운도 따랐지만 비극의 이유와 원인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3대 비극작가들 중 막내인 에우리피데스(Euripides. 480~406 BC)는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의 영향을 받아 뛰어난 비극 작품을 남겼다. 그는 그리스신화에 바탕을 둔 90여 편의 비극시를 썼지만 현존하는 것은 19개뿐이다. 『메데이아』, 『힙폴리토스』, 『알케스티스』, 『헤카베』, 『안드로마케』, 『헤라클레스의 자녀들』, 『탄원하는 여인들』, 『헤라클레스』, 『트로이아 여인들』, 『엘렉트라』, 『헬레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이온』, 『포이니케여인들』, 『오레스테스』,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박코스 여신도들』, 『퀴클롭스』, 『레소스』가 그것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그리스 비극 작가들 중 에우리피데스가 가장 비극적인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에우리피데스는 인생의 비극은 신들의 의지가 아니라 개인의 과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았다. 『메데이아』는 남편의 배신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을 보여주며, 『힙폴리토스』는 새 어머니로 들어온 파이드라가 전처 소생의 아들인 힙플리토스를 사랑함으로써 두 사람 모두 비극적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알케스티스』에서는 남편을 대신해 죽는 아내의 비극적 삶을, 『헤카베』에서는 화려한 삶을 산 트로이아 왕비 헤카베의 비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안드로마케』에서는 헥토르의 아내인 안드로마케의 비극적 인생 여정이 그려져 있다. 『헬레네』에서는 트로이아로 도망간 헬레네는 허상이고 진짜 헬레네는 신에 의해 이집트로 피신했으며, 남편 메넬라오스를 만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에서는 아르테미스 여신에 의해 이피게네이아는 죽지 않고 타우리케에서 신녀 노릇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생 오레스테스를 구하는 모험담도 들려준다. 『이온』에서는 아폴론 신의 아들인 이온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포이니케 여인들』에서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이 보여주는 권력욕, 결투하다 함께 죽은 두 아들을 둘러싼 어머니와 누이들의 비애를 그렸다. 『오레스테스』에서는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가 곤경에 처하지만, 아폴론의 도움으로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3대 비극작가들의 작품은 천병희 교수에 의해 모두 국역되었다(숲출판사). 이들 작품에는 신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인간의 비극을 가져오기도 하고 치유해주기도 한다. 신들의 비행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항의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시인들은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신화 이야기를 독자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들은 소피스트들이 위력을 떨치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간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자신은 물론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묻고있다. 그들은 또한 당대 지식인들이 삶에 관한 탐구 결과를 코러스를 통해 때로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전달하고 있다. 

 

인생에서 비극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 

그리스 비극작가들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정념(passion)에 주목하였다. 질풍노도와 같은 정념은 세속적인 것들 즉 권력, 부, 성에 달라붙어 권력욕, 탐욕, 정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욕망에 지배되면 교만, 방탕, 질투에 사로잡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인은 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위반하는 것을 휘브리스(hubris), 즉 오만이라고 했다.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 휘브리스는 의도적으로 모욕을 주는 행위, 즉 타인에게 고의로 수치와 불명예를 안기는 행위를 가리키지만, 본질적으로 신에 대한 무례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 제13장에서 비극 플롯의 가장 적합한 인물은 사회적인 존경과 개인적인 영화를 누리다가 성격 결함 때문에 오만에 가득 차 있고, 자신의 힘과 지식을 과신하며, 격한 기질과 의심까지 하는 인물이라고 규정한다. 

 

그리스의 비극은 단지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눈물을 자아내는 슬픈 연극이 아니다. 관객이 무대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뜻하지 않은 운명의 한계에 부딪혀 실수하고 무너지는 체험에서 마침내 카타르시스의 환희를 만끽하는 데에서 비극은 완성이 된다. 저명인사들의 비극적 삶을 본 관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처지와 삶을 음미하며 귀가하게 된다. 관객들이 경험하는 카타르시스는 공동체의 필수적인 경험이었다. 도시국가가 막대한 경비를 들여 연극공연을 주도한 것은 시민들의 예술적, 도덕적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