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외 탐방

[서양 고전으로 보는 세상] 오디세우스의 용기와 사랑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223 

작성일 : 2021-04-12 10:16:37 

 

 

글 · 진단검사의학과 최창수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Odysseia)는 『일리아스』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국역판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오디세이아』(2006, 도서출판 숲)는 그리스어에서 직역한 것이다.


이 책은 10년에 걸친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후 오디세우스가 고국 이타케에 귀향하기까지의 10년 동안 펼쳐진 파란만장한 모험을 그린 서사시다. 『일리아스』보다는 3천500여 행이 짧은 1만 2천 110행으로 되어 있다. 이 서사시는 비교적 작은 집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간의 전쟁이나 신들의 활동도 부진하다. 이 작품에는 아름다운 로맨스, 모험, 덕들의 승리 같은 전형적인 민간설화를 다루고 있다.

 

한밤중에 목마 속에 숨은 그리스군 특공대는 트로이아군이 잠든 틈을 이용해 성문을 열어젖힌 후 전우들을 성안으로 불러들여 왕족과 백성들을 무차별하게 살해하였으며, 그리스군은 이 와중에 거리에 세워져 있던 아테나 신상(神像)을 훼손하는 실수를 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이에 분개한 나머지 바다의 신 포세이돈으로 하여금 그리스군의 귀향길이 가시밭길이 되도록 했다. 그들 중에서도 오디세우스에게 가장 길고 어려운 귀향이 되도록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가진 덕과 악덕을 보여준다.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전편에 걸쳐 용기, 결단심, 인내심, 극기, 우정, 재간 등과 같은 덕목을 보여준다. 그의 아내 페넬로페는 실천적 지혜와 정절을 보여준다. 요정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의 외모와 덕에 매료된 나머지 자기와 결혼하면 영생하도록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고향에 돌아가려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의 이러한 태도가 여성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왕비이기는 하지만 중년의 여성인데도 그녀가 가진 덕들은 귀족 청년들이 3년이라는 긴 세월을 구혼하면서 보내도록 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는 여러 사람들이 악덕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디세우스의 부재를 틈타 100여 명이나 되는 구혼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괴롭힌다. 하인들의 일부도 주인을 배반하는 행위를 감행한다. 서사시 말미에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양측을 설득해 평화가 오도록 했지만, 오디세우스에 의한 구혼자들의 대량 살해 행위는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자문하도록 만든다.

 

자신과 대화하는『오디세우스』천병희 교수는 옮긴이 서문에서 오늘날 “인류는 『오디세이아』를 통해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방법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 인생살이의 고난과 고통 말고도 진리 탐구를 향한 호기심, 예술의 발자취, 개인의 성취에도 우리는 두루두루 ‘오디세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야기 하길 좋아한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난 삶의 여정을 자신의 손으로든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든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품어본다. 인생의 한 고비를 지났거나 인생의 황혼녘에,『오디세이아』는 그런 이야기 중에서도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오디세우스는 혼자라서 약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임에서도 자신과 대화하여 힘과 용기를 얻는다. 외눈박이가 부하 12명 중 6명을 꿀꺽 삼켰을 때 “참아라 마음이여”하면서 나머지 6명의 부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인내심을 갖자고 다짐한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은 매사에 숙고하는 그의 성향을 잘 드러내준다. 그는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며 행동하는 인물이다. 오디세우스를 지혜, 지략의 오디세우스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디세우스는 가장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면서 자신과 대화하면서 숙고한다. 분노케 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금방이라도 그것을 폭발시키려는 범부(凡夫)들과는 다르다.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숙고한 다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오디세우스의 방식이자 호메로스가 제시하는 인간의 방식이다. 영생하면서 육체적인 쾌락을 비롯한 온갖 쾌락을 즐길 수 있다는 유혹앞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는 오디세우스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은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정신의 모델을 만들어낸다. 욕구와 감정에 휘둘려 이리저리 흔들릴 수 있는 나약한 인간의 마음에 빗장을 걸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숙고하는 삶을 호메로스는 제시한다.


오디세우스를 수식하는 표현으로는“지략이 뛰어난”, “인내심이 많은”, “도시의 파괴자”등이 있다. 이러한 표현 중 지혜와 인내심은 우리가 갖추어야 할 소중한 덕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덕도 다른 고귀한 덕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그 위력을 잃게 된다. 그는 가족과 왕가를 괴롭힌 구혼자들은 무참하게 죽였다. 우리 시대에 맞게 생각하자면, 위대한 영웅이 비무장의 구혼자들을 죽여야 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에게는 용서와 자비의 덕은 전혀 고려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묻게 된다. 그러나 2,70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위대한 저서’(great books)를 읽으면 무엇이 좋은가? 무엇보다 좋은 것은 책 속에 그려진 훌륭한 삶을 이해하고 나도 훌륭한 삶을 지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을 반성하고 잘못된 점을 하나씩 점검해볼 수 있다. 위대한 삶을 산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을 통해 나의 좁은 안목을 넓힐 수 있고, 그럼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내 태도를 바꿔나갈 수 있다. 흔히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에 비유된다. 파란만장의 삶을 경험했지만, 마지막에 승자가 되는 오디세우스는 우리에게 인생을 전체적으로 보게끔 가르쳐준다. 

 

‘위대한 저서’는 우리에게 위대한 관념들에 헌신하며 살 것을 요구한다. 진리, 정의, 자유, 용기, 절제 등 위대한 관념에 헌신하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가르친다. 단순히 혼자 잘 먹고 잘사는 삶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해 내가 해야 할 몫을 다하는 삶이 가치 있는 삶임을 가르친다. 따라서 ‘위대한 저서’를 읽은 사람들은 읽지 않은 사람에 견주면 언제나 인생의 영원한 가치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항상 진리의 편에 서고 이웃을 더 많이 배려하고, 더 성실한 약속 이행자가 되기를 갈망한다. ‘위대한 저서’를 함께 읽는 독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선의 우정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