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탐방] 상화의 그날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627 

작성일 : 2021-03-09 15:17:18 

상화의 그날

  

 

글. 사진 홍보협력팀 서유리

 

 

1919년 3월 7일

내일은 결전의 날이다.

잡히는 것은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것은 행여나 우리가 함께 준비한 이 거사가 틀어져 

전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민족독립운동의 물결이 스러지는 것이다.

내일 우리는 서문 밖 장터에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목이 터져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 것이다.

그러니 듣거라 일제야

너희가 짓밟고, 빼앗으려 하는 이 들에

반드시 광복의 그날이 찾아올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다. 그렇다면 과거에 쓰여진 문학작품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줄 터. 우리는 그에 어떻게 답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대구를 대표하는 민족시인 이상화. 이상화의 작품을 읽으면 그 속에 대일항쟁기 시기, 처절한 당시를 극복하려 노력했던 우리 민족의 외침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이상화는 1901년 음력 4월 5일 대구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1919년 3월 8일 대구 서문 밖 장터에서 3.1운동을 이끌었고, 일본에서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다가 관동 대지진이 일어난 후 민족 대학살이 자행되는 모습을 보며 민족 시인으로서 펜을 들어 민족의 독립정신을 고취했다.

 

1920년대 한국 문학을 이끈 “백조(白潮)”의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1925년 카프, 1926년 개벽 등의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작품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바로 잡지 개벽 70호에 게재된 작품이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가(現 대륜고등학교)를 작사하기도 했다. 1943년 4월 25일 별세하는 그날까지 일제에 쫓기는 상황에서 강한 상징성을 보이는 시구를 통해 항일활동을 이어갔다. 

 

이러한 민족시인이자 저항시인 이상화의 생애를 살펴보면 대구와 인연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구광역시 곳곳에는 이상화의 삶을 톺아볼 수 있는 여러 장소가 있다. 대표적인 장소로서 이상화의 생가는 대구광역시 중구 서성로 인근이며 현재 생가터에는 ‘라일락뜨락’이라는 한옥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이 카페에는 어린 시절의 이상화가 보았을 라일락 고목이 아직까지 심어져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문이 닫혀있어서 아쉽게도 그 라일락 나무를 문 사이로 살짝 구경할 수 있었다. 이상화 고택은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오거리 계산성당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수성못에도 이상화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누군가의 삶을 단 몇 가지로 감히 추측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상화의 시를 마음에 품고, 그를 기념하는 곳들을 방문하며 100년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한 사람의 일생에 몰입해본다. 특히 기념비적인 곳을 방문할 때마다 보이는 북경에서 친형인 이상정 독립운동가와 함께 찍은 사진은 검정색 더블코트를 맵시 있게 입고, 중절모자를 멋지게 착용한 그 모습도 강렬하지만, 무엇보다 강인한 눈빛에서 항거(抗拒)에 관한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어서 인상적이다.

 

대일항쟁기(對日抗爭期) 우리 민족은 국권을 잃은 상태에서 나라를 되찾고자 그리고 민족을 되찾고자 누군가는 시로써, 누군가는 군사훈련을 통한 무력으로써, 누군가는 교육으로써 항일운동을 펼쳤다.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힘이요, 긍지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3.1절을 맞이하는 분위기도 여느 해와는 다른 것 같다.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반드시 이겨냈던 우리이기에 지금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화의 빼앗긴 들에 봄이 찾아왔듯, 우리의 빼앗긴 일상에도 곧 봄이 찾아올까.

 

 

 

소년 상화를 만났다.

소년 상화는 조금 더 있으면 라일락 내음이 진하게 풍겨올 거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청년 상화를 만났다.

관동 대지진 이후 온갖 유언비어로 학살당하는 우리 민족을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끼며 저항시인으로서 한 발 나아가는 그가 보인다. 

중국으로 건너가 형과 함께 조직적인 독립 운동을 계획하고자 바삐 움직이는 그가 보인다. 

 

상화가 말한다.

결국 빼앗긴 들에 봄이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라일락 향기가 참 좋지 않으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