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외 탐방

[문화탐방]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154 

작성일 : 2020-09-28 15: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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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비뇨의학과 고영휘 교수

 

이제 그 끝이 서서히 보이는 2020년은 의학기술이나 건상태가 16세기의 과학혁명 이래의 퇴보 없는 발전에 의해 일찍이 인류가 도달한 적 없는 지점이므로 현 시점에서 감염병은 더 이상 인류를 위협하는 대재난이 될 수 없다고 여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강요된 획기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09년의 신종플루나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온 나라에 공포감을 일으켰던 적은 있으나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통틀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넓은 지역에서 인종과 국경을 가리지 않고특정 감염병이 전 지구적인 영향을 동시대에 미친 경우가 있었을지.

그러나 의외로 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사례가 제법 있다는 데 놀라게 된다딱 100년 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1918년 이후 2년 동안 당시 18억의 세계인구 중 8억이 감염되어 최대 5천만 명(최소 2천만 명)이 사망했고이는 당시 4년간 계속되었던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수이기에 전쟁을 끝내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염병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다루는 책들이 점차 출판시장의 한 장르로 떠오르게 되었고이런 책들은 의학이라면 덮어놓고 그 시대의 첨단일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다른 모든 지식과 마찬가지로 서양 의학 또한 말도 안 되는 정도의 무지와 오해에서부터 출발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엄연한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따져보면 최초의 항생제인(그래서 오늘날에는 내성균이 너무 많아져 매독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 생산중단까지 고려 중인페니실린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이었고당연히도 그 시절에는 국가적 기밀로 취급을 받지 않았던가따라서 질병이 나타나는 양상은 그 시대의 사람들과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고동일한 감염병이라도 오늘날의 환자와 전혀 다른 증상을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너무나도 평범한 제목으로만 보자면(영문 제목이 원래 그런 걸 어쩌랴코로나 시국에 편승한 일회용 서적으로 오인되기 십상이지만요즘에 나온 책도 아닐뿐더러 그 실력이 남다르다역사와 의학이라는언뜻 보기엔 이과와 문과처럼 판이한 성격의 두 분야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시대와 학문 간을 경계를 종횡무진하며 그 질병의 핵심을 파헤쳐 준다.

나의 대학시절에 감염학을 이렇게 배웠더라면 얼마나 흥미진진했을까너무 발전이 빠른 분야이다 보니 이전의 노력은 모두 헛된 것이며 가장 최신의 결과만이 진리라는 의대 시절 이래의 믿음이 이 책을 통해 산산조각 나는 신선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특히 오늘날 달라지거나 약화된 병들의 자연사를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시간을 거스르며 보여주는 장면은 유사한 주제의 다른 저작들에서 일찍이 접한 적 없던 지적 카타르시스였다.

우와이 정도면 정통 역사물로서도 손색없는 수준인지라 감탄을 거듭하며 탐독하다 내 강의에 써먹을 요량으로 일부는 재독까지 하고 다시 첫 장을 펼치니, 2019년 여름에 출판된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사람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당시 누가 이 이름 석 자를 전 국민이 알게 될 줄 예상했으랴오랫동안 파온 한 우물이 때를 만나 쓰임을 받는다는 진리를이 책은 그렇게 또 보여준다내용뿐만 아니라 출판 자체에서도...


Irwin W. Sherman, (2019), 세상을 바꾼 12가지 질병(장철훈 옮김), 부산대학교 출판문화원

원저: Irwin W. Sherman, (2007), Twelve Diseases That Changed Our World,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