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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료봉사 후기 _ 짜이찌엔... 춘성
작성자 : 장 경 순
조회 : 3515
작성일 : 2011-02-25 15:20:56
해외의료봉사 후기
짜이찌엔... 춘성
- 중국 운남성 쿤밍지역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
장 경 순 / 92병동
우리 병원 기독교 신자들의 모임인 기독의료봉사회(회장 이희경)는 2년마다 한 번꼴로 해외의료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올해는 1월 8일부터 13일까지 5박6일간 중국 운남성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몇 해 전 캄보디아 의료봉사 때 딸아이가 오빠만 데리고 갔다고 볼 맨 소리를 했던 기억이 나 이번엔 딸아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사실 남자 애들은 새로운 장소에 데려다 놓으면 호기심 때문인지 에너지가 넘쳐 잘 조절이 안 되므로 같이 동행하기가 훨씬 불안한 게 사실이었다.
1월 8일 출발, 9일 도착
도경오 단장님과 목사님 내외분, 이희경 회장님을 비롯해 의사, 약사, 간호사, 행정직원, 의과대학생 및 그 가족 총 41명은 인천공항을 출발, 9일 오전 1시 35분경 쿤밍공항에 도착했고, 함마태 선교사님 안내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오후 12시경 안닝시 외곽지에 있는 삼자교회에 당도하니 그곳 신도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시간이 어중간해 점심을 현지 식으로 먹고 주일예배와 오후진료를 하기로 했다.
골목길에는 그곳 주민들이 피워놓은 숯불향이 구수한 냄새를 풍겼고, 집집마다 대문에 붉은 ‘복’자를 붙여놓은 게 눈에 띄었다. 수레를 끄는 사람, 바깥에 새장을 몇 개씩 걸어놓은 집, 배추 시래기를 널어놓은 집, 손빨래하는 세탁소에 즐비한 운동화, 음식점 등을 보면서 정겨운 동네를 10여 분 걸어갔다. 식당에 도착해서는 원탁으로 된 식탁 앞 낮은 앉은뱅이 의자에 둘러앉아 신선하고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교회엔 아직까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이마누애(임마누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뜻)’가 한자로 붙여져 있었다. 여 장로님 주선으로 예배가 시작됐다. 찬송하는 여신도 목소리는 소프라노 가수보다 더 청쾌하고 아름다웠다. 합창과 간증이 끝난 다음 우리를 환대해준 데 대한 화답으로 출국 전 서재성 교수님 가르침을 통해 여러 번 연습했던 ‘선교의 중국(버스에서 내내 들을 수 있었다)’을 불렀고, 안면환 교수님은 멋지게 색소폰 연주를 했다.
1월 9일, 진료개시
진료 전부터 환자들이 몰려들어 진료실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교회 관계자들 도움 덕분에 교회 출입문 입구에서부터 접수창구와 약국을 세우고,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피부과, 내과 순으로 진료과를 정할 수 있었다. 현지에 유학 중인 한국 의대생과 조선족 현지 인민병원 의사 등이 통역을 담당했다.
내가 만난 이곳 주민은 어깨와 허리통증을 호소하거나 두통으로 인해 고생하는 분들이 대부분인지라 여기에 맞게 이동규 선생님이 통증유발점 주사 및 미골(尾骨) 주사(TPI inj & caudal inj)를 투여했다. 처음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노인들은 이 과 저 과를 쓸데없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계속 한 자리에만 앉아 있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데리고 간 중, 고, 대학생들이 환자 안내하는 역할 등을 잘 수행해 시간이 흐를수록 진료가 순조로이 이뤄졌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운남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쿤밍(곤명, 昆明, Kknmíng)은 춘성(春城)이라고도 불린다. 일 년 내내 온도 차이가 많이 없는 데다 항상 봄날과 같은 날씨를 보이기 때문이란다. 중화인민공화국 윈난성(운남성) 성도로 타이, 베트남, 라오스와 국경이 인접해 있어 마약거래가 빈번할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에이즈가 가장 만연해 있다고 한다. 또한 차마고도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정부가 공인한 56개 소수민족 중 25개 민족이 운남성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월 10일, 진료와 견학
오전에는 운남신학원 학생들을 진찰하고 치료를 했다. 쿤밍에서 가장 큰 교회에서였다. 그렇게 잘 지어진 최신 교회에 교인은 50명, 신학대학생은 100여 명가량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두통, 만성 어깨결림, 허리통증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이미경 선생님이 자세를 올바르게 변경하는 법과 운동요법에 대해 시범을 보이면서 교육을 해주었다.
오후에는 쿤밍의과대학 견학을 했다. 1933년 세워진 쿤밍의대에는 중의와 더불어 서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이 함께 있었고, 치과대학엔 한국 유학생 2명이 다닌다고 했다. 학교에 대한 브리핑 소개 후 버스로 학교투어를 해보니 그 면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넓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월마트 쇼핑을 했다.
1월 11일, 홍석촌 마을 진료
아침을 먹고 홍석촌 마을(붉은 돌이 많다고 이렇게 명명되고 있다)로 향했다. 시골마을 집집마다 지붕엔 노란 옥수수 다발이 몇 묶음씩 널려 있었다. 청 보리밭도 보였고, 기름진 밭에는 유채꽃도 피어 있었다. 이 마을엔 한족과 묘족(먀오족), 이족, 리족 등이 모여 살고 있다고 했다. 진료장소로 쓰기로 한 교회 실내가 넓어 준비하는데 아무 지장을 받지 않았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전날처럼 각 과마다 환자접수를 먼저 하고 차례대로 진료를 보았다. 내과는 이충기 교수님과 박종원 교수님이, 피부과의 경우 최종수 교수님이 진료를 담당했다. 다들 맡은 바대로 진료봉사활동에 매진했다. 중, 고생들은 진료대기 중인 아이들과 주민들이 심심해 하지 않도록 아트풍선 만들기를 같이 했고, 또 간식을 제공했다.
젊은 남자가 서재성 교수님 앞에 앉아 다친 팔을 내밀었다. 교수님은 거즈를 풀고 실밥을 풀고 완벽하게 처치를 해주었다. 현지 병원보다 더 치료를 잘 받았다고 여겼는지 환자는 연신 고맙다며 “돈은 얼마를 내야 합니까?”라고 반문해 우리 모두가 웃었다. 이날 치과에 환자가 많이 몰려 치과 의료진은 점심을 늦게 먹어야만 했다. 현지 주민들이 고맙다면서 내온 뜨거운 물과 밥, 호박국, 그리고 반찬 몇 가지를 아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았다.
오후 늦게 리치랜드병원에 들러 그곳 시설과 시스템을 둘러봤다. 캐나다 지원으로 설립됐고, JCI 인증을 받은 만큼 호화스러웠고 잘 정돈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골밥상’이란 한국식당에서 울산이 고향이라고 말한 사장님이 푸짐하게 만들어준 동태찌개와 불고기를 맘껏 먹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실컷 수다를 떨었다.
1월 12일, 석림 관광
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 껴입었다. 2007년 6월 27일 유네스코에 등재된 석림 탐방을 오전에 하기 위해서였다. 쿤밍 ‘제1 명승지’라 일컬어지는 석림은 돌 바위 행렬이 3~4km 이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350평방km의 대(大)구간으로, 카르스트 지형이 해발 1900km나 되는 고원지대이다. 석림 중 일부는 대석림과 소석림을 이루며, 중국 4대 절경 가운데 하나라고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석림 산책로와 돌 숲을 따라 들어갈수록 좌우로 전개되는 석촌의 절경은 눈이 부실만큼 장관이었다.
오후엔 구향동굴에서 거대한 종류석과 굶주린 사자모양의 암석, 석벽의 비경을 두루 보며 감상했다. 쿤밍 명소 탐방을 끝으로 중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대구로 향했다. 이른 새벽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불빛은 초롱초롱 홍석촌의 팬더곰 모자를 쓴 귀여운 아이 얼굴과 진료 받으러 옷을 벗던 순박한 할머니 얼굴을 떠오르게 했다. 또 피곤함도 잊고 진료에 정진하셨던 여러 선생님들 모습과도 교차돼 보였다.
벌써 그리워지는 쿤밍. 다음번에는 따뜻할 때 가보고 싶다. 그래서 짜이찌엔(zàijiàn,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란 인사말)... 春城! 함께한 여러분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제공 _ 김 영 만 / 척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