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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인턴 후기 _ '심장이 뛰는' 경험을 하다
작성자 : 홍 원 진
조회 : 4513
작성일 : 2011-02-25 14:38:39
서브인턴 후기
‘심장이 뛰는’ 경험을 하다
- YUMC 순환기내과 서브인턴을 마치고... -
홍 원 진 / 연세의대 의학과 4학년
고등학생 무렵,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갖게 된 것은 심장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 속에서 팔딱팔딱 뛰고 있는 심장을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단지 느낄 뿐이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조그만 근육 덩어리가 내 생명을 지탱하며 열심히 박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의사는 다르다. 의사는 직접 환자의 심장을 만지고 치료하고 감싼다. 조금은 감상적이고 동화 같은 이유에서였지만, 이 꿈을 이뤘다는 감동은 힘든 본과생활을 지탱해나가는 끈이 돼주었다.
다른 병원 시스템 배우는 좋은 기회
특성화 과정을 영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로 신청하게 된 것도 이 ‘꿈’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우리 학교인 연세의대에서는 본과 3학년 겨울방학 기간에 ‘특성화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8주 동안 원하는 분야의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선택실습이라고 할 수 있다. 순환기 실습을 좀 더 심도 있게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연세의대 부속병원에서 2주 동안 심장내과 실습을 하기는 했지만, 거의 첫 번째 순서로 실습을 돌게 되면서 당시 병원실습 도는 것을 적응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이 때문에 이번 특성화 실습 기간에 일단 심장내과 분야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실습을 해보겠다고 결심을 한 터였다. 많은 병원들 중에서 영남대학교병원에 지원을 하게 된 것은 다른 병원 시스템을 배워보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방학 동안 대구 집에 내려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적지 않았다.
실습은 서브인턴으로 온 영남의대 학생들과 함께 하게 됐다. 아침 신환(신규 환자) 보고부터 오전과 오후의 혈관 촬영(Angiography) 및 초음파 심장 검진(Echocardiography) 참관, 흉부외과 수술 참관, 외래 참관, 요일 별 컨퍼런스와 오후 회진, 간간이 이어지는 교수님과 펠로우 선생님들 강의로 꽉 짜인 일정을 함께 소화해야 했다.
타이트하고 고생도 많았지만, 소중한 경험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7~8시는 돼야 끝이 났고, 그 이후에도 다음날을 위한 공부와 환자파악을 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 이어졌다. ‘더 공부하겠다’는 의지로 지원한 특성화 과정이었지만, 방학 기간인데다가 집에 내려와 있는 만큼 저녁은 가족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을 내심 기대했기에, 새벽 별을 보며 출근해서 오후 늦게 귀가하는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배운 게 정말 많았다. 한 톨의 먼지처럼 존재감을 삭여야 했고, 질문 하나에도 벌벌 떨던 학생실습(PK 실습)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경험이었다. 같이 실습을 도는 서브인턴 학생들의 바지런함도 좋은 자극이 됐고, 바쁜 와중에도 열정적인 강의를 해주신 교수님 덕분에 알짜배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시술 참관 중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조심스레 교수님과 펠로우 선생님께 여쭤보았고, 그때마다 세상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귀중한 일대일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3층 심혈관촬영실과 2층 에코(echo)방, 운동부하검사실, 병동과 외래진료실, 학생도서관과 세미나실을 누비며 친구들과 토론하고 또 교수님께 가르침을 받는 소중한 시간이 흘렀다. 어찌 보면 그냥 허비해버릴 수도 있었던 올 초 겨울방학 기간, 이곳에서의 실습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가득 쌓아나갈 수 있었다.
‘심장이 뛰는’ 인생의 자양분
“홍 선생, 앞으로 심장내과를 전공할 거라 했으니까 열심히 해봐”라고 하시며 작은 질문에도 열정을 다해 대답해주셨던 신동구 교수님, 때론 엄하면서도 항상 학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넘치셨던 박종선?lt;/SPAN>홍그루 교수님, 수술복 위에 가운을 두르고 마스크 차림으로 나타나 카리스마 가득한 강의를 퍼부어주셨던 이상희 교수님...
질문 100개 들고 달라붙은 학생들이 귀찮으셨을 게 분명한데도 오리엔테이션과 티칭에 열과 성을 다해주셨던 세 명의 펠로우 선생님, 매일 신환 발표 챙겨주고 학생들 비빌 언덕이 돼주셨던 두 분 레지던트 선생님도 기억에 선하다. 함께 하면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누구나 심장이 뛰는 가운데 80여 년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얼마나 멋진 두근거림과 행복감으로 그 인생을 만들어 나가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 겨울방학의 특성화 과정, 영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서브인턴 경험은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경험이 됐음에 틀림이 없다.
앞으로 졸업을 하고 의사로서 일하게 될 앞날에 2011년 초 대구에서 이수했던 이번 실습이 톡톡한 자양분이 돼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서브인턴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