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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료봉사 후기 _ 또 만나요. 베트남

작성자 : 하 주 호  

조회 : 3517 

작성일 : 2010-03-30 10: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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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료봉사 후기


또 만나요. 베트남


- Global Care 주관 2010년 베트남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


하 주 호 / 성형외과


지난 2월 21~27일 1주일간 베트남을 다녀왔다. 10여 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 NGO 단체 Global Care(글로벌 케어)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 단체는 지금 순수 의료봉사와 구호활동을 하는 모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글로벌 케어란?

놀랍게도 이번 의료봉사활동에 내가 참가할 수 있었던 건 김용하 과장님(성형외과 교수) 덕분이었다. 과장님은 2005년부터 이 단체를 통해 전국 각지 대학병원 교수님들과 베트남▪라오스 현지에서 선천성 기형, 특히 구순▪구개열 환자를 직접 수술해주는 봉사활동을 해오셨다. 김윤정 간호사(수술실)도 이번에 함께 갔다.

 

올해는 박명철 교수님(아주대병원)을 단장으로 전국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님 4명, 마취과 교수님 2명, 치과 선생님 1명, 간호사 5명, Global Care 직원 1명, 후원기관 외환은행 직원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봉사팀이 구성됐다.

 

베트남 의료봉사가 결정됐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현지 선천성 기형 어린이 형상이 떠올랐다. 그밖에도 낙후된 시설, 비위생적 환경, 전쟁 후유증, 사회주의 등등... 호기심과 더불어 다소 걱정을 안고 그곳으로 향했다.


▇ 베트남 하노이 도착

베트남 수도이자 북부에 위치해 있는 도시다. 시차가 우리나라와 두 시간 밖에 차이 나지 않아 적응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이곳은 현재 우기(雨期)여서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린 데다 간간이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베트남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교통량도 많았으며, 특히 교통수단이 대부분 오토바이여서 매연과 소음이 심했다.


이런 환경에선 선천성 기형이 문제가 아니라 호흡기 질환을 더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인구 600만 명의 하노이는 국가 차원에서 계속 도시를 확장하고 있었다.

 

봉사활동 장소, 국립소아병원

최종 목적지에 당도했다. 국립병원인데도 주변환경은 열악했고 병원시설도 낙후돼 있었다. 우리나라 1960~70년대 모습과 비슷하다고 했다. 어린이 수십 명과 그 부모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진료와 동시에 수술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마취과 교수님은 아이들 진찰을 하면서 수술가능성 여부를 확인했다. 감기 기운이 있는 아기도 있었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인지라 가능하면 수술계획을 잡아주었다. 난 여기저기 따라다니며 교수님을 보조하고, 아이들이 지닌 병변(질환 증상)을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수술 돌입

환자가 많아 수술방 4개를 동시에 가동해 교수님 한 분이서 하루에 4~5명 정도씩 시술을 해야만 했다. 국내에서는 보통 하루 한두 명 정도만 하는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이를 온종일 쉬지 않고 처리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 잘 몰랐던 열정과 봉사의미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수술이 잘 됐더라도 혹시 환자상태가 안 좋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이 했다. 다행히 두 분 마취과 교수님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 덕택에 다들 아무런 문제없이 회복했다. 김용하 과장님은 예년부터 마지막 환자가 남을 때까지 쉬지 않고 수술하신다고 해서 ‘터미네이터’란 별명이 붙어 있었다.


▇ 힘든 가운데 샘솟는 보람

팀원 중 전공의는 나밖에 없다 보니 행여 불필요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됐다. 열심히 하려고 애쓰다 보니 경미한 환자인 경우 교수님 지도하에 직접 집도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보통 같으면 호랑이처럼 여겨졌을 교수님인데, 여기서는 자상하게 가르쳐주셔서 힘든 가운데서도 정말로 즐겁게 일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봉사활동을 올 때마다 선천성 기형 환자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나이 많은 환자도 제법 많았다던데... 아마 이곳도 활발하게 개발되면서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 여겨졌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구순▪구개열 환자가 줄어든 편이지만, 선택한 전공 덕분인지 이곳에서는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청소년▪성인이 되고 난 후 얼굴을 보니 수술만 잘 하면 흉터가 조금은 남을 지라도 외관상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일정 마지막 날

짬을 내 다 함께 하롱베이를 다녀왔다. 때마침 얼굴을 드러낸 햇빛. 우리나라로 치면 한려해상국립공원 정도라고나 할까? 자연풍광이 수려했고, 답답한 하노이 시내를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있는 깨끗한 바다와 자연이 더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숙제를 마치고 귀국

어느 교수님이 이야기했다. “여길 왔다 가면 1년간 미뤄둔 숙제를 끝마치고 난 뒤의 후련한 기분이 든다”고. 순간 앞으로 내게 주어진 숙제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1주일 남짓 짧은 시간이었다. 단순여행이 아니라 의료봉사를 위해 만난 모임이어서 그런지 벌써 같이 지냈던 분들이 떠오르고 보고 싶어진다. 사실 매연과 소음이 너무 심해 관광 목적만으로 갔더라면 와 닿는 느낌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일정을 함께했던 모든 분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김용하 과장님께 한 번 더 감사를 드린다. 이번 해외봉사를 계기로 내가 선택한 ‘의사’의 참된 의미를 새로 눈뜨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가르침과 친절을 꼭 다시 베풀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