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에세이

호스피스 환우 사별가족과 함께...

작성자 : 배 선 순  

조회 : 2614 

작성일 : 2009-11-27 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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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후기


호스피스 환우 사별가족과 함께


- 나눌수록 아름다운 게 사랑, 조금씩 더 주위에 관심 기울여야... -


배 순 선 /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자원봉사자


지난여름 어느 날, 설암 때문에 침상에 누워 계신 어느 할아버지 곁에 보호자인 할머니가 더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할머니는 여든네 살이라고 했다. 할머니께 다가가 마음에 온기를 채워드리고자 노력했고, 말벗이 되면서 서로의 인연 고리는 시작됐다.


▇ 봉사를 하면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

늘 기운이 없어 보였고,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다. 봉사자라면 그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어야 하기에 밝은 표정으로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할아버지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고, 할머니 역시 지쳐서 기운이 자꾸만 떨어져갔다. 얼마 후 할아버지 자리는 비어졌다. 공허함... 할머니와도 헤어졌고, 그렇게 계절이 바뀌었다.

 

사별가족을 찾아가보자는 제의가 있었다. 그 할머니가 퍼뜩 떠올랐다. 주소를 알아보고 전화를 걸었다. 통화하는 동안 반은 울면서 말씀을 제대로 잇지 못하셨다. 고맙지만 누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처음엔 방문을 거절하셨다.


▇ 겨우 설득해 댁을 직접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먼저 반기는 건 썰렁한 공기. 할아버지와 금술이 좋았기 때문에 더욱더 빈자리가 허전하셨으리라. 혼자만 계시다가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오니 너무나 반가워하면서 가슴에 품어뒀던 사연들을 자꾸만 끄집어 내셨다.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할머니는 차 안에서 말씀하셨다. “오늘 내 생일이야. 진짜 내 생일.” 식당에서 잘 차려진 음식을 앞에 두고 불러 드린 생일 축가. 활짝 웃는 모습이 소녀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이셨다. 반면 왈칵 눈물짓게 하는 한 마디, “오늘 아침은 굶었어.”


가슴이 저며 왔다. 외로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클까? 오늘 같은 날, 할머니의 허전한 가슴을 채워주고 나니 행복감이 가슴 가득 충만해졌다. 여생을 진심으로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면서 내 연락처를 한 번 더 남기고 손을 꼭 잡아드렸다.


▇ 할머니 마음에 내가 담겨 있어 참 고마웠다.

지난번 학을 접어 선물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선반 위에 올려놓고 내가 보고플 때마다 학을 보면서 생각하셨단다. “영감이 내게 이런 귀한 인연을 만들어주고 갔어.” 인품이 고우신 할머니, 힘들어도 늘 긍정적 맘을 품고 사시길 기도드린다.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면서 삶의 소중한 부분을 깨닫게 됐고, 더불어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축복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나눌수록 아름다운 게 사랑이다. 추워지는 날씨... 살짝만 옆을 둘러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