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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 후기 - 보람찬 삶, 마라톤 인생

작성자 : 김 두 현  

조회 : 2857 

작성일 : 2011-05-27 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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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2011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단체로 참가 10km 코스 완주

대회 참가 후기

 

                             보람찬 삶, 마라톤 인생

                          

                         - ‘2011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김 두 현 / 신경과


지난 4월 10일,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좋은 아침이었다. 이틀 동안 학회를 다녀오느라 많이 피곤했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나니 몸이 많이 가뿐해졌다. 이전부터 마라톤대회에 나가야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으나, 막상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오늘은 힘을 내야 하는 날!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난 다음 목적지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향했다.

 

마라톤 사전연습

나름대로 마라톤을 대비했던 모습들이 택시차창을 스쳐 지나갔다. 과장님께서 신경과 가족들의 마라톤대회 단체출전을 제의하셨다. 출전한다면 이번이 두 번째다. 평소 회진을 돌 때 계단을 이용해 한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찼다. 무언가 준비하지 않는다면 목적지는커녕 중도 탈락할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 조언도 구했다.

 

3주 전부터 조금씩 운동장을 걷고 뛰면서 단련을 했고, 1주 전부터 식사조절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결국 경기 당일 날에는 평소보다 체중을 5kg 정도 줄였고, 뱃살도 좀 빠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큰 폭은 아니더라도 변화된 내 모습을 보면서 작은 기대감을 가졌다. 힘들어도 90분 이내에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원에 도착했다. 먼저 나온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다. 총 16명이 ‘영남대학교의료원 신경과’를 대표해 등록을 했고, 1시간 30분 이내에 모두 완주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기합을 팍팍 넣었다. 구성원 모두 통일된 조끼를 잘 차려 입고 온 것을 보고, 힘을 더 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출발선상에 서다

출발선상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회에 참여한 게 눈에 띄었다. 마스터즈 코스가 먼저 출발한 다음 약간 간격을 두고 출발해야 서로 방해받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30분가량 주변 구경과 더불어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위에는 낮 익은 병원마크를 달고 온 무리들, 관공서나 보험회사, 은행 등 다양한 단체와 회사에서 온 직원들 모습이 보였다. 또 대구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인천, 경기, 경북 북부지방 등지로부터 수많은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3만여 명의 사람들이 북적대며 좁은 출발점에 모였다. 출발신호에 귀 기울이며, 한마음으로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으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펑’ 소리와 함께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낮이라 그런지 폭죽소리만 요란했고, 불꽃은 잘 보이지 않았다. 총성과 함께 조금씩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서 천천히 출발선까지 걸어가야 했다. 진행자가 출발하는 사람들 소속을 불러주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었다. 우리 앞에 꽤 많은 사람들과 팀이 서 있었던 모양이다. 출발선까지 도착하는데도 족히 10분 정도는 걸렸다.

 

본격적인 달리기 속으로

열 시쯤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 간격도 조금씩 벌어지면서 부딪치지 않고, 속도를 내 뛸 수 있었다. 초반에는 보조를 맞춰 다 함께 뛰었다. 전날 피로가 덜 풀렸는지 10분쯤 뛰었을 때 양 허벅지 쪽에 살짝 쥐가 날 것 같은 감각이 왔다. 다리에 신경을 쓰다 보니 왠지 숨도 더 차는 것 같고, 속력을 많이 낼 수도 없었다. 갈수록 우리 팀 페이스에 맞춰 뛰기 힘들어졌다.

 

점차 멀어져 가는 동료를 보면서 이제 나 혼자 뛰어야 하는 현실에 조금 외로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 페이스대로 열심히 뛰면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초반에는 팀 페이스를 맞추는 데만 집중하느라 주위를 잘 볼 수 없었는데, 조금 속도를 늦추고 고개를 들고 달리면서부터 이전에 미처 신경 써서 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지나다닐 때는 몰랐는데, 이 도로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신선하게 보이는지. 신기한 가게들과 건물모습, 심지어는 벽에 씌어진 낙서조차도 눈에 크게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즐기고 있을까?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나와 같을 거라고 신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호흡이 점점 가빠져왔다. 

 

반환점을 돌다

목이 바짝바짝 마르고, 발바닥은 뜨거워졌다. 등줄기 근육들이 긴장한 모양인지 뻐근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제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참 체력도 좋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내 체력이 평균치보다 떨어지는가 보다.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곁을 지나칠수록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자원봉사 학생들의 응원 속에서도 힘이 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이 급수구역에서 물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냉큼 달려가서 물 한 컵을 마시고, 기운을 냈다. 반환점을 1km쯤 남겨두었을 때 벌써 우리 팀 선두 동료들은 반환점을 통과하고, 반대편 도로로 지나가는 게 보였다. 건너편에 있는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들면서 “파이팅”하고 외쳐주었다. 중앙분리대를 중심으로 양편으로 나뉘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완주하리라 맹세하며 이를 악물었다.

 

반환점을 돌 때 들리는 ‘삑’ 소리에 힘을 냈다.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좀 더 쉬운 법. 이미 목표의 절반을 이뤘으니 나머지 절반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아직 5km나 남았다고 절망하기 보다는 5km밖에 남지 않았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니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이런 마음으로 2km가량을 뛰고 걸으며, 도착점까지 거리를 많이 줄여나갔다.

 

최악의 고비... 오르막길 넘다

이전까지는 큰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었기 때문에 편했다. 드디어 긴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범어네거리에서 MBC 방송국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했다. 그렇지만 MBC 네거리에서 청구고등학교까지의 오르막길은 정말 지옥과도 같았다. 도저히 뛰면서 오를 수 없어 빠른 걸음으로 분주하게 오르막을 타기 시작했다.

 

주변에 소수 사람들만 보였다. 엇비슷한 속도와 체력을 가지고 오래 같이 달린 사이이기에 친해질 법도 하건만, 서로 힘들어서인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오르막길에 모두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빨리 걷기는 나름 자신 있었다. 이 기회에 옆 사람들을 좀 앞질러 보자는 생각에 빨리 걷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버틸 수 있는 한계선을 넘었는지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근육마다 모조리 쥐가 났다.

 

오르막길도 한 구간뿐이면 좋으련만, 두 구간인데다 꽤 긴 거리였다. 이때쯤 최악의 상황에 처했던 것 같다. 앰뷸런스가 앞쪽에 있는 사람을 싣고 가는 광경이 보였다. ‘저기 타서 도착점까지 갔으면...’ 잠시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낑낑거리면서 걸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주변 사람들이나 풍경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정말 하늘이 노랗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젖 먹던 힘 짜내다

결승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스퍼트를 했다. 펄펄한 고등학생 한 무리가 학교 이름을 열심히 외치며 뛰어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흠칫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지이지(easy)’를 되뇌었다. 고지가 눈앞인데, 자칫 무리해서 쓰러질 수는 없으니까.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끝까지 걷고 달리고를 반복했다.

 

풍악소리와 함께 몇 백 미터 앞, 도착점이 위용을 드러냈다. ‘저 선만 넘으면 오늘 목표로 한 일이 끝나는구나.’ 마음이 점점 즐거워졌다. 드디어 도착점 통과.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싶었다. 먼저 도착한 우리 팀을 찾아가는 게 우선인지라 터벅터벅 처음 소집 장소로 걸어갔다. 정말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정말 개운했다.

 

팀원들이 앉아서 쉬고 있는 곳에 당도했다. 가벼운 환호. 그리고 과장님은 포옹을 하며 반겨주셨다. 별로 강하지 못한 체력으로 완주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완주자한테만 주는 금메달. 자랑스럽게 간직해둘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노력의 결실, 가슴 뿌듯한 내 기분만큼이나 반짝거리는 메달이 너무 예뻤다.

 

우리를 맞이하는 행복

완주하는데 1시간 37분 걸렸다. 규정시간보다 7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원래 세웠던 우리 팀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송구스러웠다. 그래도 이번 마라톤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우선 내 한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빈약한 체력을 더 향상시켜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다. 미리미리 운동을 해뒀더라면 7분 정도는 앞당길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무슨 일이든 힘들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도 하게 됐다. 비록 과정은 힘들어도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그 마지막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행복이 반드시 함께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생활하리라 다짐해본다. 2011년 4월 10일은 무척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 있어 보람찬 날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