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이야기

고향의 맛 느껴지는 YUMC - 박 재 곤

작성자 : 박 재 곤  

조회 : 2153 

작성일 : 2011-07-27 10: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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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작품 앞에서 선 부부모습

메디컬 에세이

 

고향의 맛 느껴지는 YUMC

 

-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 최선 다하는 의료진에 감명 받아 -

 

박 재 곤 / 성형외과 입원환우

 

입원한 지도 벌써 닷새가 지났다. 지난 사나흘 간 대구경북지역은 하루에 200mm 이상 그야말로 물 폭탄을 맞았다. 병실에 누워 창을 두드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내리는 비는 사람 마음을 추억에 잠기도록 조화를 부린다. 고향 청도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꽃이며 과일나무, 채소를 가꾼 지도 벌써 16년째다.

 

사고가 난 지난 7월 7일. 그날 웃자란 잔디를 손질하다 순식간에 불상사가 생겼다. 잔디 깎는 기계에 오른손이 끼여 가운뎃손가락에 탈이 난 것이다. 붉은 액체를 왼손으로 틀어막는 순간, 통증과 함께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했다. ‘아~ 이젠 그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와 서예를 못하게 됐구나! 새벽마다 즐기던 배드민턴은 또 어떻고.’ 인간이란 생명의 위험을 느끼게 되는 그 짧은 찰나,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더니 딱 맞는 말이었다.

 

119구급차를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다행히 손가락 마디는 절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살점만 1센티미터 넘게 깊이 파여 하얀 뼈가 다 보일 정도였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응급실은 이미 많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신속한 처치와 진료가 이뤄졌다. 보기보다 크지 않은 상처일 수도 있으나, 예민한 부위라서 그런지 수술하는 데만도 족히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성형외과 이준호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불안한 환자 심리를 꿰뚫어 보고, 안심시켜 주는 배려가 고맙기 그지없다.

 

비도 그치고, 앞산 푸른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 마음도 안정을 되찾았고, 곰곰이 자신을 반성해보는 여유도 생겼다. 따지고 보면 이번 손가락 사고는 어찌할 수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없다. 좀 더 신중하게 찬찬히 일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을 후회막급이다. 폭우 속에도 서울에서 차를 몰고 내려온 아이들과 사돈들에게 얼마나 큰 수고스러움과 걱정을 끼쳤는가.

 

병실에서 TV나 신문을 보다 무료해지면 휴게실로 나간다. 여러 환자의 모습이 보인다. 깁스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들이 많이 보이는 게 안쓰럽다. 젊은이들이 다 떠난 농촌에서 농사짓느라 경운기사고나㎰뮨珂?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할배요, 우짜다 다쳤습니까?” 말이라도 걸라치면 대번에 구구절절 하소연하듯 사고 경위를 이야기한다. 오랜 입원기간 동안 적적하고, 말벗이 그리웠던 탓일까. “저런, 저런 우짜겠노.” 중간에 고개를 끄덕여주면 더욱 신이나 이야기가 길어진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순박한 모습, 새삼 고향의 맛을 느낀다. 청도에서 태어났지만, 중, 고등, 대학 학창시절을 다 보낸 대구는 내 청춘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앞에 선 것은 비슬산, 뒤에 걸려 있는 팔공산... 비슬산 줄기인 앞산은 대구시민을 품어 안은 공원이요, 갓바위로 유명한 팔공산은 대가람 동화사가 있는 명산이다. 병실에 누웠어도 마음이 푸근함은 여기가 타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병실 청결관리가 잘돼 집에 온 듯 불편함이 없다. 더욱 고마운 것은 간호사들이 보여주는 헌신적인 태도다. 일정한 시간에 한 치 착오도 없이 환자를 돌보는 백의천사를 보면 식구처럼 친근함이 느껴진다. 늘 웃는 낯으로 완쾌를 빌어주는 임경란 수간호사를 비롯해 고마운 분들에게 어찌 보답할꼬. 오는 가을 손가락이 아물 때쯤 모두들 청도 고향집에 초대해 빨갛게 익은 홍시라도 대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