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이야기

호스피스 이야기 _ 울 엄마 _ 최 주 향

작성자 : 최 주 향  

조회 : 2369 

작성일 : 2011-06-27 14: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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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병동 입원 중인 어머니와 가족과 함께한 모습

호스피스 이야기


울 엄마


- 죽음도 삶의 일부임을 깨달으면서... -

 

울 엄마는 한 농부의 8남매 맏며느리로서 평생을 희생과 봉사로 삶을 수놓으신 분이다. 난 내 나이 50대 중반에 들 때까지 언제까지나 울 엄마가 나의 든든한 보호자가 돼줄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울 엄마!

배가 아파 병원에 오셨는데, 남 얘기인줄로만 알았던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엄마는 ‘췌장암 말기’란 선고를 받고 입원하게 된 것이다. 평생 시어른을 모시고 살았던 울 엄마. 어느덧 아버지도 돌봐야 할 연세가 돼 몸 편히 한 번 제대로 뉘시지 못한 당신... 1인실 병동을 원했다. 마침 자리가 생겨서 들어오게 된 완화병동!


호스피스 완화병동이란 곳에서 쉴 수 있었다.

울 엄마는 ‘편하게 누워 있으니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빨래해주고, 안 아프게 해주니 참 좋다’란 말씀을 진담 반, 농담 반 하신다. 의료진이 한 가족 이상으로 엄마를 돌봐주신다. 언제, 어느 때라도 불편함을 호소하면 지체 없이 달려오신다. 주사바늘을 꽂을 때마다 아플 거라며 마치 자기 팔에 놓듯이 쓰다듬으며 위로해준다.

 

매주 꽃꽂이 선생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는다.

예쁜 꽃을 본다는 자체가 힘이 되지만, 또 다른 인생을 배운다. 통증 치료와 함께 상상요법과 기분전환, 그리고 마사지나 지압봉사도 해준다. 지금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자 행복한 날임을 느낀다. 하루의 삶을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이 공간...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선생님, 미화원 아줌마도 친절하다. 모두들 예쁜 천사들이다.

 

죽음도 삶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언젠가 맞닥뜨려야 할 엄마와의 이별... 울 엄마의 빈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많이 두려웠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완화병동에서의 생활이 새 삶을 찾아주었다. 혈관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두 팔에 주사바늘 흔적이 있고, 방사선 치료와 약물 치료, 구토, 무기력증이 온 몸을 감싸고 있지만, 엄마는 마냥 미소 지으신다.


그리고 희망을 가슴에 품는다.

엄마! 마지막까지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되게 활짝 웃어주세요. 내년에 다시 봄꽃 피는 것 함께 구경할 수 있도록 힘 내시구요. 이 병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도해줄 거예요. 다음 생애에는 내가 울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 엄마가 필요로 할 때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줄게요. 울 엄마가 나한테 항상 그렇게 하셨듯이...

 

2011년 여름이 올 무렵, 큰딸 최 주 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