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이야기

내가 위로 받은 도시, 루앙프라방

작성자 : 이 성 남  

조회 : 3222 

작성일 : 2011-04-28 1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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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주앙프라방 주립병원 수술실에서의 모습

해외의료봉사 후기


내가 위로 받은 도시, 루앙프라방


- 라오스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


이 성 남 / 수술실


라오스 루앙프라방. 지난 3월 6일부터 12일까지 1주일간 선천성 안면기형 아동 수술을 하는 해외의료봉사에 참여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글로벌케어(Global Care)’란 국제의료구호기관(Medical NGO)의 사업 일환으로 매년 시행되고 있는 행사다.


특히 라오스는 우리 의료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 의료원은 지난해 12월 16일 라오스 현지에서 라오스 보건부와 국가 보건의료시스템 발전 및 국립의료센터 건립에 관한 포괄적 업무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북서부 메콩 강 유역에 있는 도시로, 동남아시아 전통건축과 19~20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대 건축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1995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푸시 산 끝자락, 메콩 강가에 있는 왕궁박물관은 과거 왕궁이었다가 현재는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장된 황금 불상은 ‘루앙프라방의 명물’로 유명하며, 도시이름 자체가 이 불상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루앙프라방은 ‘큰(루앙) 황금 불상(프라방)’이라는 의미다.


3월 6일 일요일

라오스행 비행기를 탔다. 올해는 부산대병원팀과 부산에서 같이 출발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여정이다. 루앙프라방... 이름만큼 조용하고 예쁜 곳이다. 모든 고민과 걱정을 벗어던지고 싶었으나, 애들이 자꾸 떠올랐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서인지 신혼여행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도착. 아주 더울 거라 걱정했는데 저녁에 도착해서 그런지 참을 만했다. 무서운(?)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 파라다이스호텔. 외각에 자리 잡은 멋진 숙소다.


3월 7일 월요일

라오스 루앙프라방 주립병원. 첫날, 첫 수술에 들어갔다. 전신마취 수술을 더 할 수 있도록 여러 선생님들이 마취기계를 현장에서 거의 만들다시피 했다. 첫날이라 바쁘고 정신없이 시작했지만, 서로 돕고 단합이 잘돼 일이 순조롭게 끝났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고 방장을 시켜주었다. 김용하 과장님이 우리 병원도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위로(?)해주셨다.


오늘은 화상 환자를 많이 수술했다. 화상으로 인해 다섯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아기, 양쪽 귀가 접혀진 채로 지낸 학생... 학생은 직접 면봉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너무나 좋아했다. 우리가 쉽게 늘 하던 일이 여기에선 크나큰 기쁨이 되는 듯하다. 걱정이 앞선다. 많이 치료해주고 싶은 욕심도 난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은 어제보다 더 빨리 잠들 것 같다.


3월 8일 화요일

현지인들은 도마뱀과 같이 지낸다. 나쁜 벌레를 잡아먹어 주기 때문에. 그러나 식당, 화장실, 호텔에서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다행히 마주치면 사람을 겁내고는 먼저 어디론가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오늘 양 손에 화상을 입어 주먹손이 된 아이 손가락에 k-wire(철심)를 박은 다음 다 펴주고, 피부 이식도 해주었다. 화상 환자가 많다. 난방시설이 좋지 않은 탓이리라.


유독 여기 어린이들은 참 예쁘다. 눈도 크고, 얼마나 맑은지 모른다. 까만 피부에 까만 눈동자! 잊을 수가 없다. 후진국이라고 하지만, 웃음만큼은 선진국 못지않다. 현지 수술실 간호사 얼굴은 항상 스마일이다. 그 모습이 마스크 사이로 그대로 베어 나왔다. 서로 대화가 어려워 힘들 때에는 웃음 하나로 해결이 다 됐다.


3월 9일 수요일

벌써 수요일이다. 안면기형 수술 환자 중 너무 심해서 치과 수술을 겸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기본 수술만 해주고 접어야 했다. 대수술을 하려면 모든 준비가 갖춰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가락 2개가 붙은 어린이 수술을 했다. 언니도 엄마도 증상이 똑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단다. 그래서 내일은 언니 수술을 해주기로 했다.


과장님과 palatoplasty(구개 성형술)도 했다. 너무 예쁘게 수술이 잘돼 사진도 많이 찍어 놨다. 현지식사만 하다가 오늘 점심에 먹게 된 샌드위치랑 과일은 입맛을 되찾아주었다. 이름도 예쁜 루앙프라방. 야시장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예쁜 수제품으로 가득 차 있어 그냥 걸어 다니며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


3월 10일 목요일

수술 마지막 날. 생각할수록 아쉽다. 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가면 좋으련만, 시간이란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봉사 와서 생각이 참 많아진다. 수술실에 들어온 아이들 옷은 전부 낡고 구멍이 나 있다. 홍영주 실장님은 옷도 선물로 전해주었다. 마지막 수술을 하고, 정리하고, 쓸 만한 것은 기부도 하고, 사진도 찍고... 내일은 수술 환자들 dressing(소독처치)하는 날이다.


3월 11일 금요일

풍족한 삶을 살지는 못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은 참 넉넉하다. 아침부터 dressing한다고 분주하다. 수술 받았던 환자들이 여기저기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아파 많이 우는 아기들은 준비해간 선물로 달래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가 해주지만, 앞으로가 문제란다. ‘너무 멀어서, 돈이 없어서, 과연 remove나 dressing을 하러 올까’ 걱정스러워 현지 의료인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이곳 주립병원 의료진과 마지막으로 폐회식을 하고 여정을 마무리했다.


손이란 누군가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라고 있는 것

세상에는 불쌍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여태까지 잘 누리고 잘 살아오면서도 그러한 삶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모르고 지내온 게다. 오기 전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으나, 여기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돼 버렸다. 아등바등 사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여유롭더라...


이 모든 일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김시오 경북대병원 마취과 선생님이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이라는 책을 가져오셨다. 손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가 언제인지, 손이 가장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 묻는 질문에 그건 ‘누군가를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라고 씌어져 있었다. 내 손이 그 누군가를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 슬픔과 불안과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