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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봉사 후기 - 의학도의 특별한 여름방학

작성자 : 박 창 휘  

조회 : 2169 

작성일 : 2011-08-29 14: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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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의과대학 하계 의료봉사활동, 7월 25~27일 3일간, 대구시립희망원과 안동성좌원 2곳으로 나눠 실시

하계 봉사 후기

 

의학도의 특별한 여름방학

 

- ‘2011학년도 의전원-의대 하계 봉사활동’을 마치고... -

 

박 창 휘 / 의학과 3학년

 

올해 ‘의학전문대학원-의과대학 하계 봉사활동’이 지난 7월 25일부터 3일간 대구시립희망원과 안동성좌원 2곳으로 나눠 실시됐다. 모두 60여 명(대구와 안동 각각 30여 명)의 학생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안동을 다녀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퍼뜩 떠오른 두 가지 단어가 있다. 바로 관심과 사랑이다. 관심을 가져야 평소 모르던 대상을 확실히 깨닫게 되고, 사랑이 있어야 직접 가서 뭔가 의미 있는 일로 헌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봉사활동을 통해 안동성좌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관심과 사랑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하계 봉사활동지로 신청했다는 점에 대해 그곳 분들은 신기해하면서도 고맙게 여기셨던 것 같다. 봉사활동 내내 그곳에 기거 중인 어르신을 대할 때마다 하신 말씀이 “젊은이, 여기 와줘서 고맙네!~”였다. 역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된다.

 

한센병 전문요양시설인 안동성좌원은 우리나라에서 국립소록도병원과 더불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요양소다. 1959년부터 ‘성좌원’이란 이름을 사용했으며, 해방 직후 한센병 환우모임이 그 시발점이 됐던 유서 깊은 곳이다. 현재 6동의 아파트에 300명 정도 어르신이 생활 중이라고 한다. 양로원과 매점,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요양원까지는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입구 길목에는 넓은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국화를 심어놓은 곳도 보였다. 방문하는 분들을 위해 나중에 국화꽃을 선물로 드린다고 한다. 국립소록도병원에만 한센인이 모여 있는 줄 알았는데, 전국적으로 흩어져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했다.

 

함께하면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

우리는 주로 어르신들 말벗이 돼드리거나 일손 돕는 역할을 했다. 오후에는 어르신 건강관리를 위해 혈당과 당화혈색소, 혈압 측정을 했고, 의료상담도 해드렸다. 현지 사정에 의해 잡초를 뽑기도 했다. 대체로 도회지에서 자라 시골 일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 우리들에겐 잡초 뽑기란 가히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솔직히 고백하면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예를 들면 “선생들 어디 왔어?”라고 하셨는데, 발음 중 특히 끝 부분이 부정확하다 보니 “샌들 어디 있어?”라고 들렸다. 이에 신발장을 가리켰고, 결국 우리는 신발장에 온 것이 돼버렸다. 또 귀가 어두운 분들이 많아 귀에 대고 크게 소리를 지르다가 혼나기도 했다. “시끄릅다! 마 멀리 떨쟈 있어라.(시끄럽다! 멀리 떨어져서 말해라.)”

 

평균 연령이 77세이다 보니 장기자랑 시간에 트로트 춤과 차력쇼를 보여드리게 됐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하루는 점심식사로 카레를 만든 적이 있다. 300인분을 만들자니 불 곁에서 땀을 뻘뻘 흘려야 했고, 사우나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맛있다면서 쩝쩝 소리를 내실 때는 크게 보람을 느꼈다.

 

한센인에게 대한 인식 해소 필요

한센병으로 인해 괴사가 일어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없는 분들, 얼굴이 뭉그러진 분들도 많았다. 솔직히 처음 접해봤다. 말초혈관에 혈액공급이 잘 안 돼 채혈로 혈당과 당화혈색소를 측정하기가 어려웠다. 주사바늘을 몇 번씩 찌를 적에는 송구스러웠다. “손가락 그거 하나밖에 안 남았는데, 그거마저 가져 가냐!”는 말도 들었다.

 

한센인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은 하나의 감염병일 뿐이고, 항나병제를 복용하면 감염성도 없어지므로 문제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회피 대상이었다. 이번에 한센병 어르신들을 보면서 우리랑 같은 사람인데, 우리가 너무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다. 알지 못해 회피하고 꺼리게 되는 것이다. 봉사활동 기간 동안 그런 시각들이 많이 해소됐고, 이는 우리에게 무척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한센인이 우리와 다른 외관을 보인다고 해서 시선 차이를 둘 필요가 전혀 없을 뿐더러 관심을 가지고 대해야 할 이웃이라고 꼭 전하고 싶다.

 

잘 소통하는 게 훌륭한 의사

성좌원에서의 2박3일. 미래의 의사로서 ‘경청을 잘 해야겠다’는 점을 가슴속에 새기게 됐다. 아픈 분들 마음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애환이 담겨있다. 환자와 이야기할 때 조금이라도 더 그들에게 집중하고,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줘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을 열고 우리를 신뢰하면서 자기 아픈 몸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충분한 설명을 해주면서 그들과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소 체험했다. 이는 나중에 전문의사가 되어서가 아니라 의학도 시절부터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사항이라고 여겨진다. 의대생들이 학교공부뿐만 아니라 교정 밖 사람들과 만나 직접 부대끼면서 함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봉사는 관심과 사랑이라고 다시 강조해본다. 우리 마음속에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있기에 주변사람들을 돌보고, 그렇게 하면서 더불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앞으로 이러한 활동이 활성화돼 생활인들과 접촉하고 병력 청취도 해보는 기회를 더 많이 가졌으면 한다. 아울러 올해 우리 대학과 안동성좌원 간 쌓은 인연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