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동행] 나는 영남대학교병원 최초의 남자 프리셉터다.(응급의료센터 권순해 간호사)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652 

작성일 : 2021-07-06 10: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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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해 간호사

나는 영남대학교병원 최초의 남자 프리셉터다. 


글: 응급의료센터 권순해 간호사

첫 3일을 근무하고 ‘다닐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내가 어느덧 영남대학교병원에 입사한 지 벌써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정말 힘든 날도 많았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들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가 힘이 될 때면 버틸 수 있는 힘이 나곤했다. 그랬었던 내가 이제 프리셉터가 되어 새로 입사한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무언가 알려줄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에 정말이지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프리셉터로 발령받고, 얼마 전 프리셉터 역량강화교육과 워크숍에 참석했다. 하루를 꽉 채운 교육 일정은 피곤했지만 알찬 교육이었다. 정말 단순한 것부터 잘 다뤄보지 않은 부분까지 다양하게 교육이 구성되어 있어 유익했다. 교육을 들어보니 ‘업무의 표준화를 위해 간호교육팀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프리셉터가 자리 잡지 않았을 때는 신규간호사가 여러 사람에게 조금씩 다르게 업무를 배워서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간호교육팀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을 잘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교육을 전달할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규 간호사의 적응까지 생각해서 시스템적으로 통일성을 갖추려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워크숍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 간호교육팀 선생님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남자간호사는 일부 외래검사실을 제외하면 전부 PA간호사였다. 나는 우리 병원에서 정말 오랜만에 병동으로 입사하는 남자 간호사가 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많은 관심을 받고 일하게 되었다. 사소한 것 가지고도 더욱 크게 혼내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더욱 보듬어주고 챙겨주신 분들도 있었다. 남자라서 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고, 남자라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4년 동안 공부했지만, 병원은 남자간호사를 어색해했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고 간호학과에 남학생 비율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병동에 점점 더 많은 남자간호사가 입사하기 시작했다. 응급실에도 더 많은 남자간호사가 오기 시작했다. 익숙해지니 서로 적응하기 편해졌다. 그러자 남자간호사 수가 늘기 시작해서 어느새 10명이 되었다. 가끔 한 근무에 4, 5명씩 같이 근무할 때도 있는데 처음 입사할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곤 한다. 실제로 근무를 하면서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근무조보다 일부라도 함께 근무하면 분위기나 업무의 편의성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한다. 물론 환자의 성별에 따른 업무의 분담 등과 같은 생각해 볼 문제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성비의 조화가 간호사라는 직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성적 역할과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대에 여성 직업군이라고 평가받던 간호사 이미지가 이제는 많이 희석되는 과정에 들어서고 있다. 남자간호사 수는 더 많아질 것이고, 그만큼 간호사의 이미지도 변화할 것이다. 여성적인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인 역할로서 이미지가 굳어지길 바란다. 남자라서 더 좋을 것도 없고, 여자라서 더 좋을 것도 없다. 다만 균형을 맞추면서 편향된 이미지를 바로 잡고, 서로의 장점이 되는 역할을 맡아준다면 간호사라는 직업은 앞으로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간호사’라는 단어가 어색해지고 ‘간호사’라는 말이 더 익숙해지는 때가 되면, 간호사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직업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