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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C 이야기] 태초의 신비, 동토의 땅 캄차카 - 황병수(영상의학팀)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1369
작성일 : 2018-01-29 16:47:36
태초의 신비, 동토의 땅 캄차카
황병수(영상의학팀)
그림 같은 배경의 공항 전경
캄차카 여행은 2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왔다. 러시아 여행은 이번이 5번째지만, 영어가 잘 통하지 않은 나라고 현지 정보가 부족해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을 안은 채 여행길에 올랐다. 이번 동행자들은 여행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예 멤버 6명.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오기 위해 출발 10일 전에 사진촬영 전문가도 합류했다.
김해공항에서 이륙한 러시아 항공기는 북한 영공을 거쳐 1시간 40분 동안 비행한 뒤 밤늦은 시간에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하였고 공항 근처에 예약한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이른 아침에 캄차카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캄차카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 30분 거리. 120여 석의 소형 비행기는 난기류의 영향으로 스튜어디스가 통로에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요동을 쳤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춘 비행기의 창가에 비친 하얀 설산의 모습과 끝없이 펼쳐진 습지들이 여기가 동토의 땅 캄차카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듯했다. 6월 초의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트랩을 내리자마자 파고드는 추위는 얇은 점퍼 차림의 이방인들에게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준비한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나서야 한적한 시골의 아담하고 정겨운 공항에 서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항의 배경인 활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마침 주차해 놓은 비행기는 한 장의 그림엽서 같았다.
주도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차츠키로 인근 옐리조보에 있는 공항과는 자동차로 약 30분여 거리로 공항에서 출발하는 104번 미니버스를 타면 50루블(약 1,000원)에 캄차카 시내까지 갈 수 있다.
승용차는 대부분 일본산이라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데, 우리나라와 똑같이 우측통행이다.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버스는 한글을 지우지 않은 채 운행하고, 지금은 폐선되었지만, 서문시장에서 서재로 가던 305번 버스가 캄차카 버스터미널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문시장 골목에서 파는 보리밥집 생각이 절로 났다.
우선 현지 여행사를 들러 향후 스케줄을 잡기로 했다. 캄차카는 개인이 가이드 없이 함부로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특수차량이 아니면 이동하기가 어려운 지역이 많고, 헬기로만 갈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철저한 자연보호 정책으로 계절과 지역에 따라 통제된 지역도 많고 야생동물 보호와 위험에 따른 부분도 있다. 6박 7일 캄차카 일정 중에 도착 첫날은 빼고, 온천, 특수차량을 이용한 설산 투어, 헬기 투어, 총 3가지 테마를 설정하여 여행사와 협상에 나섰다. 설산 투어는 우리 일행들끼리만 단독으로 1인당 10,000루블(약 19만 원)에, 헬기 투어는 다른 팀들과 함께하여 1인당 33,000루블(약 62만 원)에 계약을 마쳤다. 투어 금액을 상당히 싸게 계약을 해서 모두 흡족해 하였다. 공돈을 번 느낌이 들어서인지 일행들은 근사한 식당에 갔다. 여러 가지 요리들과 제법 비싼 보드카를 2병이나 비우고 나니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종업원이 재촉했다. 이곳은 웬만한 상점과 식당들은 모두 9시에 문을 닫는다. 저녁 9시였지만, 백야현상으로 밖은 아직 대낮이었다.
맥주 몇 병을 들고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고 이국땅에서 첫날의 설렘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위험과 짜릿함을 만끽한 설산 특수차량 투어
이른 아침에 마중 나온 차량에 몸을 싣고 한 시간 정도 달려 바퀴가 엄청나게 큰 특수차량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짐을 옮겨 싣고 본격적으로 설산 특수차량 투어를 시작하였다. 운전사 이름은 러시아인답지 않게 마이클이었다. 통역가이자 가이드인 안드레아에게 물으니 차량 정비는 물론, 인명구조, 응급처치, 생존법 등을 배운 사람만이 특수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고 한다. 특별히 개조된 차는 굴러도 덜 다치게끔 얇은 스티로폼 같은 거로 내부를 둘러놓았고, 여러 가지 장비와 5명이 최소 5일 이상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도 실려져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30여 분 지나자 눈길로 이어진 오르막길로 계속 올라갔다. 비포장 길과 눈길, 고도에 따라 타이어 공기를 뺏다 넣었다 압을 조절하였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에는 높은 rpm 인해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 가끔 눈을 엔진 위에 가득 올려놓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씨가 변덕스러워졌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흐린 날씨로 하늘과 지면의 구별이 어려워지고 길은 아예 없었다. 마이클은 장착된 GPS를 보면서 차 문을 반쯤 열어 몸을 비스듬히 쭉 내밀고 연신 고글과 선글라스를 번갈아 끼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차는 오른쪽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기울어져 일행들은 한쪽으로 거의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모두 여행에는 베테랑이라 자부하지만, 걱정과 두려움의 눈빛에 웃음기는 사라지고 긴장과 적막이 흘렀다. 차 앞에 펼쳐진 설원에는 어디가 끝인지, 경사가 있는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됐다. 더 이상 전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마이클이 차를 멈추고 내렸다. 꼼짝없이 설원에 갇혀버린 꼴이 됐다. 마이클은 경사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 내려서 눈을 한 움큼씩 뭉쳐 사방으로 던지듯 굴려보았다. 좁아진 나의 미간이 서서히 굳어 갈 때쯤 멀리서 점 하나가 움직였다. 투어 온 다른 차량이었다. 이내 마이클의 표정이 밝아지고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마이클이 다른 차량 가이드랑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 긴장이 풀리면서 참았던 방광이 터질 듯이 지퍼를 눌렀다. 온통 하얀 설원에 길게 흔적을 남겼다. 난생처음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화장실을 이용한 적은 없었다.
수백 미터나 되는 깊은 계곡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던 차가 멈추어 섰다. 여기가 설산 차량투어 중 가장 아름다운 뷰포인트라고 한다. 브이자형으로 깊게 파여진 계곡에서 하얀 수증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산꼭대기에서도 수증기가 솜이불처럼 감고 있었다. 여기가 활화산이란 것을 애써 보여주려는 듯 세찬 바람에도 흩어지다 다시 모였다. 하산하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괴물처럼 생긴 설산 차도 씩씩거림이 덜 하고 마이클도 콧노래로 심정을 표현하였다. 두어 시간이 지날 즈음 숲속의 고요한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과 야외온천을 즐기기 위해서다. 가이드가 식사를 차릴 동안 엎어질 듯 마주한 설산을 배경으로 야외온천에 몸을 던졌다. 금방 곰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야외에서 엉성하지만 긴 나무 탁자 위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기다리며 반쯤 담근 온천에서 50도가 넘는 보드카로 목과 코를 감으니 네로황제가 부러우랴, 진시황이 부러우랴. 그리 반갑지 않은 유황 냄새조차도 달콤했다.
캄차카 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중심으로 길 양쪽에 도심이 형성되어 있어 길 찾는데 어렵지 않았다. 중심가에 큰 시장이 있어 여기서 가끔 식사도 해결하고 필요한 물품을 샀다. 특히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연어는 알과 여러 가지 형태로 요리되어 매일 우리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약간 비릿하지만 짭조름하게 입에 감기는 맛은 숙소에서 내내 맥주를 바닥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늦은 저녁 시간에 가이드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날씨에 따라 헬기 투어가 취소될 수도 있으니 정확한 것은 내일 새벽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묘한 걱정과 흥분을 함께한 헬기 투어
난생처음 헬기를 탄다는 흥분과 내일 날씨 걱정 속에 찾아 온 새벽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연신 창문을 보고 있었는데 가이드를 대동한 차량이 숙소로 왔다. 다행히 헬기 투어가 가능하다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앳된 여성 가이드는 “안녕하세요”라며 또렷한 한국말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는 이곳에, 영어도 잘 안 통하는 오지에서 한국말을 구사하는 현지인을 만나다니. 26세인 이 여성의 이름은 율리아다. 2년 전 대구 영진전문대학에서 2년 과정을 졸업했다고 하였다. 율리아도 한국말을 하고 싶은데 한국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라 우리를 보자 무척 반가운 표정이었다. 덕분에 더 이상 어눌한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의 옐리조보 공항 근처에 있는 헬기 전용 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히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헬기에 올랐다. 2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는 헬기 내부엔 양쪽으로 길게 의자가 있고 개폐가 가능한 동그란 창문이 있었다. 먼저 소음차단용 헤드형 귀마개를 받았다. 조종사를 포함 스텝 4명과 우리 일행 5명, 폴란드 아가씨 1명, 그리고 러시아 커플 4명, 총 14명이 함께 출발했다. 대부분 헬기는 처음이라 걱정이 가득한 묘한 표정들을 똑같이 지었다.
걱정과는 달리 헬기는 부드럽게 이륙하여 그리 높지 않은 고도로 날아갔다. 제일 먼저 도달한 곳은 간헐천으로 유명한 가이저 계곡이었다. 약 180km 거리로 헬기로는 약 1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가는 상공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전경들로 내내 창가에 눈을 떼지 못했다. 군데군데 초록 이불을 기운 듯한 늪지대가 있는가 하면 초코케이크에 생크림이 흘러내리듯이 흰 눈으로 길게 치장한 산들도 있다. 약간 지루한 시간이 찾아 올 때쯤 가이저 계곡에 사뿐히 착륙하였다. 현지 안내인이 안전구역 외에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무장한 경호원 한 명이 가이저 계곡 투어 내내 따라다녔다. 혹시 모를 야생 곰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다. 첩첩산중에 덩그러니 있는 거대한 계곡은 크고 작은 수증기로 뒤덮여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 크기만한 진흙탕에는 오르는 수증기를 몰래 감추려는 듯 연신 반달 모양의 황토색 물방울을 만들었다.
곳곳에 곰 발자국이 있었다. 마침 멀리 산언덕에서 곰 2마리가 싸움을 하는 모습에 모두 흥분하여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빴다. 흔치 않은 광경이라고 한다. 30분마다 한 번씩 내 뿜는 간헐천의 뜨거운 물기둥이 수십 미터까지 올랐다 사방으로 흩어진다. 첩첩산중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탑승한 헬기는 좀체 이륙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다시 내렸다. 헬기에 문제가 발생하여 고친 후에 출발한다고 하였다.
불안한 마음을 대자연에 맡기고 따스한 햇볕에 졸음과 씨름 중에 시동이 걸렸다. 그사이 2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덕분에 시간상 활화산 투어 한군데를 가지 않아 못내 아쉬웠지만, 다시 한 시간가량을 날아가 사방 모든 면이 설산으로 둘러싸인 어마하게 큰 분지에 내렸다. 여기에 자연 그대로 방치된 야외 노상 온천이 있다. 물 온도는 목욕탕의 뜨거운 온도보다 조금 낮을 정도로 적당했고, 들판 한가운데 멀리 설산을 보면서 즐기는 온천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였다.
딱 하나 흠이라면 출발할 때 보드카 한 병과 훈제연어를 챙겨오지 못한 것이었다.
대중 사우나에서 현지인이 건넨 맥주 맛은 환상
다음날 찾아 간 캄차카 주 정부 청사 앞 중앙광장에는 레닌 동상이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광장 맞은편 해변에서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 4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연신 낚아 올리는 고기는 손바닥 크기만한 참가자미처럼 생겼다.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 일행들에게 고기를 사겠냐고 물었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10마리 남짓 고기가 요동쳤다. 마침 숙소도 펜션을 얻은 관계로 사서 요리해 먹기로 했다. 약 5,000원 정도 금액에 아이들은 신이 난 듯 연신 “스파시바(감사합니다)”를 외치면서 사라졌다. 러시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사우나다. 어렵게 물어물어 찾아 간 대중 사우나는 이미 현지인들로 북적거렸다. 입장료를 내고 탈의실에 들어가 옷을 벗고 대형 수건으로 아래만 걸친 채 입장하는 시스템이었다. 식당에 대부분 음식 등을 직접 사와서 사우나도 하면서 느긋하게 즐긴다. 작은 탕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온수고 하나는 냉수다. 약간의 금액을 주고 자작 나뭇잎 다발을 샀다. 물에 불렸다가 사우나 중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내리치면 혈액순환과 피부미용에 좋으며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식당에는 플라스틱 큰 병에 담긴 생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데 우리도 냉장고 안에 비슷한 병에든 맥주가 있기에 주인에게 달라고 하니, 손님들이 자기 먹을 것을 직접 가져와 보관해 놓은 것이라 하였다. 동양인이 찾을 리 만무한 사우나에서 우린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이 되었다. 구석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던 60대쯤 되어 보이는 분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병 꺼내와 우리에 건네주었다. 자기가 마시려고 사 온 거라며 그냥 주고 갔다. 사우나에서 흠뻑 땀을 흘리고 나서 마시는 맥주 맛은 어떤 미사어구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우연히 만난 현지인에게 큰 도움 얻어
도착 첫날은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 온천을 가기로 하고 우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에 갔다. 서툰 영어를 하는 주인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마침 식사 중이던 중년의 남성이 유창한 영어로 끼어들었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식사를 마치고 따라오라고 하였다. 잠시 후 주차장에 도착하니 7인승 고급 지프차가 세워져 있었고 중년 남성은 직접 온천까지 태워주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비용을 물어보니 씩 웃으면서 공짜라고 하였다. 족히 반나절 이상 걸리는 일정을 아무 대가 없이 가이드를 해 주겠다는 말에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세르게이. 톰 크루즈처럼 잘 생긴 외모에 키도 훤칠했다. 세르게이는 미국에서 공부하였으며, 지금은 에어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몇 번 다녀왔다고 했다. 우리는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말하며 근사한 식당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덕분에 일행들도 모처럼 고급식당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여행가의 호사를 누렸다. 식사비로 수십만 원을 지불한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에필로그
일주일 동안 캄차카를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공항 바로 정면에 위치한 설원의 활화산에서 올라오는 수증기와 주차해 놓은 비행기 장면은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그 어떤 공항보다도 아름답고 로맨틱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공항 밖이었다. 수화물은 군용트럭에 실어 날랐다. 낡은 조그만 공항청사에 딱 맞는 시스템이었다.
식당은 대부분 저녁 9시경에 문을 닫는데, 저녁 8시 30분쯤 되면 손님을 받질 않고, 청소 및 준비를 하고 9시에 거의 칼퇴근을 한다. 당시 6월인데도 백야로 인해 밤 10시가 넘어야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2~3일간은 저녁 시간을 놓쳐 컵라면이나 훈제연어와 맥주로 때우기도 했으며,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연어 알은 식사할 때마다 혀를 즐겁게 했다. 흡연율이 높은 나라이긴 하나 흡연자들의 매너는 훌륭했다. 보통 식당 앞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데 시내 중심가에선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을 문다고 한다. 우리 일행 중에 흡연자들도 있어 담배를 물고 길거리를 이동하다가 현지인들에게 여러 번 지적을 받았지만 그걸 알았을 때는 벌써 이틀이 지난 후였다.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고 순수했다. 맥주 파는 곳을 몰라 물어보니 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게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자, 본인도 원인을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미안해했다. 버스는 우리나라 중고차가 많은데 비록 시설은 낡았지만 출발·도착 시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아도 될 만큼 승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제공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선 보행자가 서 있기만 해도 모든 차량이 멈춰 섰다. 비록 지금은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힘들다고는 하지만 분명 유럽문화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태도에서 고급문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정작 돌아올 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캄차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처녀의 모습을 간직한 캄차카여 내 반드시 너를 보러 다시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