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작성자 : 정보연  

조회 : 4693 

작성일 : 2003-06-18 09:26:10 

치과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것은 의과와는 달리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만큼 수련을 받는 사람보다 받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실정. 처음 졸업반이 되고나서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병원에서 수련을 할지 말지 수련을 하면 어느 병원에서 수련을 할것인가...
많은 고민 끝에 6년 동안의 경북대학교 치과대학의 틀에서 벗어나 좀더 새로운 곳에서 수련을 받을 결정을 내렸다.
물론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었다.
소심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내 성격에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또 응급실에 오는 응급환자들에게 치료를 잘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너무 앞섰다. 여기서는 구강외과도 전공해야 하니 외과적인 시술을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도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1년 동안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지나갔다. 물론 다른 과의 인턴들보다 더 바쁜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응급실 환자들을 보다가 밤을 꼴딱 새기도 하고 입원환자들이 문제가 생겨 여기 저기 정신없이 뛰어다 니기도 했다.
처음 2월달에 인턴 생활을 시작 하면서 응급실 환자들을 치료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참 멋있고 부러워 했었다. 그리고 내가 과연 저만큼 환자들을 잘 치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면서 나도 내년에 들어올 후배한테는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초반에는 환자들을 보면서 아직 내가 부족한 것이 많다는 생각과 그냥 머릿속에 익혀두기만 하고 활용할 수 없는 지식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며 좀더 잘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봐달라고 소리 지르는 환자,술을 먹고 와서는 치료하고 있는 나에게 욕하며 소리 지르는 환자,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화부터 내는 환자 등등...
이런 환자들을 보면서 나의 짜증도 자꾸 늘어가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에게 자꾸 불친절하게 대하게 되었다.
물론 항상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은 치료를 해줬지만 그래도 신경써 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시고 가시는 할머니,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시고 가시는 환자들을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꼈었다.
또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다. 나도 다른 인턴들과 인턴 숙소에서 같이 생활을 하면서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되면 같이 방에 앉아서 그날 있었던 일-즐거웠던 일,힘들었던 일-들에 대해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서로 위로해 주고 같이 앉아 맛있는 것도 먹기도 하고... 참 즐거운 추억이었다.
이제 인턴 생활이 끝나 육체적으론 덜 힘들어서 좋다. 그러나 이젠 주치의라는 신분이 나에게 부담을 준다. 주치의가 되니 입원환자들의 처방을 직접 내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했다. 행여 환자가 이상이라도 생기면 그날은 하루종일 다른 과 쌤들에게 물어보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환자에게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며 다른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가며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아직도 내가 많이 부족하며 공부도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좀더 나를 채찍질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처음 처럼’- 처음 병원을 들어오면서 생각했던 나의 다짐들을 떠올리면서 오늘 하루도 환자들을 돌보는데 최선을 다하며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며 치료에 임해야 겠다.

(정보연 / 치과 레지던트 1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