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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림(杏林)으로 다가가는 인턴의 일상
작성자 : 김범수
조회 : 4691
작성일 : 2003-04-30 10:08:11
옛부터 전해오는 행림(杏林)이라는 말이 있다. 널리 의롭게 진정한 의술을 펴는 의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과거와는 달리 의술을 펴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의미는 여전히 내 가슴속을 채워왔다. 그런 나를 만들기 위해 지금껏 달려왔고 그렇게 해서 난 여기에 서있는 것이다.
반듯하게 차려입은 하얀 가운 위에 조금은 위엄있는 그러나 거만하지 않고 겸손과 가식없이 환자를 대하는 정성어린 태도... 아직은 어린 행림(杏林)으로서 내가 갖추어 나가야 할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몇년 동안 병원을 옆에서 지켜봤지만 한 사람의 직분을 갖고 찾아간 병원은 낯설기만 다. 옛날엔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새롭게 정을 나누게 된 직원들도 첨엔 어색했고, 실습학생이 아닌 치료자로서 환자들의 곁에선 나의 태도 또한 새롭게 정립하는데 상시간이 필요했다.
학교를 갓졸업한 인턴으로서 수많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주 적은 부분이란 걸 깨닫는데는 아주 짧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환자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신뢰를 쌓고 그들의 아픔을 걱정스레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은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큰 부분이요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야할 자세란 걸 배우게 되었다. 병원에서의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업무의 연속이었다.
물론 좀더 편하게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과도 있었지만 내가 한달간일했던과는나름대로힘들다고할수있는편이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인턴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이른 새벽, 12층 전공의 숙소는 아름다운 음악의 하모니로 가득 채워진다. 각방에서 울려퍼진 알람 소리, 삐삐 소리, 핸드폰 소리들... 어찌보면 일반인들이 듣기엔 불쾌감을 줄지도 모를 만큼 시끄럽게 울려대지만 내 귀에 만큼은 아름답게 들리는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 속에 담겨진 우리 인턴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져 나로 하여금 그러한 잡음들을 멜로디로 느끼게 하는건 아닐런지... 모두들 지친 모습으로 잠자리에 들어 깨기 힘든
아침을 메우는 그 소리에 저마다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힘든 업무가 시작되고 이리저리 나의 발자욱으로 병원을 메우다 보면 하루가 쉬이 저물어간다. 저녁때는 인턴 휴게실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도 하며 그날 있었던 재밌고 힘들었던 일들을 서로 얘기하곤 한다. 난 쉬면서 그렇게 듣는 친구들 아니 동료들의 얘기가 재밌고 그 시간이 되어야 긴장을 늦추고 내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된다.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어지러워진 숙소도 정리하고 그날일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내일 할 일을 미리 생각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힘들지만 점점 일이 즐거워지는 건 차츰 병원 생활에 익숙해지는 나 자신과 옆에서 함께 고된 일상을 나누는 동료들이 있어서 이다. 동료들 다음으로 인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삐삐이다. 이 삐삐는 우리의 생활이요 또한 우리를 얽어매는 족쇄인 것같다. 이런 해프닝도 있었다. 잠잘 때 삐삐 소리를 듣지 못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귀에 반창고로 삐삐를 붙여놓고 자는 것이었다. 또 화장실에 용변을 볼 때 휴지는 잊을망정 삐삐는 꼭 들고가는 안타까운 인턴도 있었다.
아직은 우리 생활이 힘들기에 이런 일상의 소사(笑事)에 걱정스레 씁쓸한 미소를 짓지만 언젠가 뒤돌아보면 함박웃음을 짓고 넘어가리라. 모두들 힘들게 일하지만 그래도 우리 곁엔 나가야 할 일이 많고 또 우리가 베풀어야 할 행림의 의의(醫義)가 있기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아직은 순수하고 앳된 마음으로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선배들을 공경하며 조력해주는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에도 감사해 할줄 안다.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인턴 동료들이 그런 마음을 항상 지니고 살아갈줄 아는 행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범수 / 인턴, 인턴장)
반듯하게 차려입은 하얀 가운 위에 조금은 위엄있는 그러나 거만하지 않고 겸손과 가식없이 환자를 대하는 정성어린 태도... 아직은 어린 행림(杏林)으로서 내가 갖추어 나가야 할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몇년 동안 병원을 옆에서 지켜봤지만 한 사람의 직분을 갖고 찾아간 병원은 낯설기만 다. 옛날엔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새롭게 정을 나누게 된 직원들도 첨엔 어색했고, 실습학생이 아닌 치료자로서 환자들의 곁에선 나의 태도 또한 새롭게 정립하는데 상시간이 필요했다.
학교를 갓졸업한 인턴으로서 수많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주 적은 부분이란 걸 깨닫는데는 아주 짧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환자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신뢰를 쌓고 그들의 아픔을 걱정스레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은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큰 부분이요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야할 자세란 걸 배우게 되었다. 병원에서의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업무의 연속이었다.
물론 좀더 편하게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과도 있었지만 내가 한달간일했던과는나름대로힘들다고할수있는편이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인턴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이른 새벽, 12층 전공의 숙소는 아름다운 음악의 하모니로 가득 채워진다. 각방에서 울려퍼진 알람 소리, 삐삐 소리, 핸드폰 소리들... 어찌보면 일반인들이 듣기엔 불쾌감을 줄지도 모를 만큼 시끄럽게 울려대지만 내 귀에 만큼은 아름답게 들리는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 속에 담겨진 우리 인턴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져 나로 하여금 그러한 잡음들을 멜로디로 느끼게 하는건 아닐런지... 모두들 지친 모습으로 잠자리에 들어 깨기 힘든
아침을 메우는 그 소리에 저마다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힘든 업무가 시작되고 이리저리 나의 발자욱으로 병원을 메우다 보면 하루가 쉬이 저물어간다. 저녁때는 인턴 휴게실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도 하며 그날 있었던 재밌고 힘들었던 일들을 서로 얘기하곤 한다. 난 쉬면서 그렇게 듣는 친구들 아니 동료들의 얘기가 재밌고 그 시간이 되어야 긴장을 늦추고 내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된다.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어지러워진 숙소도 정리하고 그날일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내일 할 일을 미리 생각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힘들지만 점점 일이 즐거워지는 건 차츰 병원 생활에 익숙해지는 나 자신과 옆에서 함께 고된 일상을 나누는 동료들이 있어서 이다. 동료들 다음으로 인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삐삐이다. 이 삐삐는 우리의 생활이요 또한 우리를 얽어매는 족쇄인 것같다. 이런 해프닝도 있었다. 잠잘 때 삐삐 소리를 듣지 못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귀에 반창고로 삐삐를 붙여놓고 자는 것이었다. 또 화장실에 용변을 볼 때 휴지는 잊을망정 삐삐는 꼭 들고가는 안타까운 인턴도 있었다.
아직은 우리 생활이 힘들기에 이런 일상의 소사(笑事)에 걱정스레 씁쓸한 미소를 짓지만 언젠가 뒤돌아보면 함박웃음을 짓고 넘어가리라. 모두들 힘들게 일하지만 그래도 우리 곁엔 나가야 할 일이 많고 또 우리가 베풀어야 할 행림의 의의(醫義)가 있기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아직은 순수하고 앳된 마음으로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선배들을 공경하며 조력해주는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에도 감사해 할줄 안다.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인턴 동료들이 그런 마음을 항상 지니고 살아갈줄 아는 행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범수 / 인턴, 인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