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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하계 의과대학생 농촌봉사 활동을 마치면서

작성자 : 홍보과  

조회 : 2755 

작성일 : 2005-09-05 09:31:01 

농촌 봉사 활동 후기

2005년 하계 전공학문 연계 대학 사회봉사 활동을 농촌에서 보내며...

- 고령의 어느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마을 주민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봉사한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이 우리를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고 인도해 주셨습니다. -

예과 1년 유진선

비 한 방울도 구경할 수 없는 4박 5일간이었다.
도시에서는 제 아무리 덥다고 하더라도 그 더위를 있는 그대로 체감하지는 못한다. 땅바닥 위만 아니면 어디에 가든 에어컨으로 대변되는 냉방기가 가동 중이니 말이다.
농촌에서 백주(白晝)의 더위란 정말 사람을 숨막히게 한다. 뙤약볕은 일말의 소비도 없이 바로 내리쬐니, 그 아래에서 잡초를 뽑으면 잡초가 뽑히는지, 내 정신이 뽑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첫 날부터 일의 강도에 혀를 내두르며 남은 날을 어떻게 견딜지 자못 의심스러웠다. 꿀맛 같은 잠을 자고 부스스 일어나니, 세상은 새벽이었다. 어제의 열기는 어디로 가고, 일교차가 심해 춥기까지 한 새벽에 놀랐다. 곡선을 그리는 부드러운 스카이라인과 굴뚝에서 소심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연기와 만나는 푸근한 안개... 정말 시골 풍경이었다.
어제의 고초를 이렇게 보상해 주다니, 자연의 다정다감함에 앞으로의 남은 일정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난생처음 삽도 잡아 보았고, 익숙하지 않은 낫질도 하고, 논길을 따라 다니며 잡초도 뽑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어른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농사짓는데 드는 노고를 공장에 들이면 현재 농가소득의 몇 배를 올릴 수 있다는 건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여기를 떠나지 않는 것은 아마 우리 땅(農土) 사랑에 있지 않을까? 우리 땅을 지켜주는 분들이니 그 들에게 표해야 할 감사함은 말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건 고마움 그 이상이다. 덕분에 이 땅에 산다는 자긍심까지 심어주니, 우리의 입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득차 오름을 느낀다.

마지막 날 어른들과 함께 잔치를 가졌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먹으면서 당신들의 옛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 그 분들 앞에서 조그맣고 겸손해 지는 느낌이 여간 좋을 수 없었다. 할머니 손을 잡고 어깨춤을 추며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앞으로 어른들의 이렇게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을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서글퍼 지기도 했다. 세태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치 않아야 할 것이 있는데, 과연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지금 내 나이의 후손들이 앞에 있다면, 비록 당신 자신은 고생과 인고의 생을 보냈을지라도 이토록 푸근함과 넉넉함을 그리고 정겨움을 나눠 줄 수 있을까...

우리 나라 땅은 산과 산 사이 혹은 산기슭이면 어김없이 평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보이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얼마만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지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을을 떠나는 날, 어김없이 버스에선 에어컨이 세차게 바람을 뿜어대고 있었다. 돌이켜 보니 5일 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얻은 땀, 마을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 농활 및 의활의 경험 그리고 새로 얻은 친구들, 선배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또한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산, 시시각각 변하는 들의 표정, 태양의 강렬함까지도 모두 기억에 담으려 피곤함에도 잠들지 않고 눈에 익혀 두었다.
아직도 고령의 산의 모습이 건강한 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