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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의료봉사 후기 - 베트남 의료선교(1)

작성자 : 약제부 박소영  

조회 : 2670 

작성일 : 2007-03-04 01:30:53 

해외 의료봉사 후기 _ 1

이웃과 나누는 삶이 되게 하소서. 베트남 의료선교를 다녀와서...

- 내가 가진 것이 미약한 달란트일지라도 이웃과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작지만 큰 사랑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 -

박 소 영 / 약제부 외래약국

“본 항공기는 기체 결함으로 인해 하노이 공항으로 회항하겠습니다.”4박 6일간 베트남에서의 의료봉사를 마치고 인천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륙한 지 17분 만에 갑자기 회항한다니... 하노이 공항으로 돌아오는 20여 분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조마조마하게 느껴졌는지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베트남에서의 짧은 기억과 함께 가족들의 얼굴이 교차되었다.

■ 제1일(2007년 1월 29일)
1월 29일 오후 2시 호치민의 ‘떤선녓(Tan Son Nhat) 공항’에 병원직원 및 그 가족을 포함한 우리 일행 38명이 도착했다. 우리가 공항 검열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가슴에 훈장까지 달고 선교사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약품이 검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까봐 각 개인의 짐에 골고루 분산하는 등 마음을 많이 졸였었는데 순조롭게 통과해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준비해둔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의료사역을 하고 계신 우석정 선교사님의 ‘롱안 세계로 병원’으로 향했다. 도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교차로에 오토바이로 물결을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아무리 베트남 사람들이 안남미(米)를 먹어서 날씬하다지만, 어른 둘에 아이 둘까지 한 오토바이에 타고 가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롱안 세계로 병원’은 낙후된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제법 시설을 갖춘 깨끗한 병원이었다. 아직은 진료환자 수가 적다고 하지만, 의료사역의 큰 역할을 할 병원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의사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헌신하시는 우 선교사님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초라해지고 부끄러워졌다. 가져온 약과 물품을 정리하고 병원에서 준비해준 저녁을 맛있게 먹은 뒤 호치민시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 제2일(2007년 1월 30일)
다음날 오전 6시에 출발 버스로 2시간을 달린 후 배로 ‘메콩강’을 건너서 다시 버스로 한참을 달린 후에야 첫날 봉사예정지인 ‘벤쩨성’에 도착했다. 그곳 적십자사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진료 준비를 마치고 일정을 시작했다. 약국에는 세계로 병원의 베트남 약사 한 분이 지원을 와서 복약지도를 해주어서 일이 훨씬 수월했다. 진료 외에도 구호물자인 쌀을 배급하고 아이들을 위한 축구, 풍선아트, 종이접기 등을 하며 각자 맡은 일에 비지땀을 흘렸다. 나의 달란트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기쁜 마음 때문인지 힘든 줄 모르고 첫날 500명의 진료를 잘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에 ‘메콩강’위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일몰은 아직도 눈에 선한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 제3일(2007년 1월 31일)
전날 봉사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탓에 서둘러 ‘붕따우’로 향했다. 차안에서 땅콩소금을 뿌려먹었던 베트남 찰밥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에 찍은 멸치와 같이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진료환자 수가 전날보다 적은 300명인데다, 일이 손에 익어 훨씬 더 쉽게 느껴졌다. 하루 더 진료봉사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회주의 국가라 미리 허락을 받지 않으면 진료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호치민의 날씨는 30도가 넘었는데 진료 이외의 일을 맡은 분들은 땡볕에서 땀을 많이 흘렸다. 누군가 ‘약국은 천국’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그 고생은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진료가 끝난 후 마을 대표들에게 영양제와 기념품을 나누어주고 사진 촬영을 하는 것으로 의료봉사 일정을 마쳤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수술과 진료를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일하는 모습 속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키가 작고 몸이 마른 베트남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온순했다. 아이들의 공부하는 환경이 너무 열악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55%가 30세 이하인 젊은 나라이고, 여러 가지 자원(원유, 쌀, 고무, 커피 등)이 풍부한 국가이니 머지않은 장래에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