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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의료봉사 후기 - 신짜오! 베트남! - 3

작성자 : 서진주  

조회 : 2686 

작성일 : 2007-11-05 10:55:29 

베트남 의료봉사 후기-3 _ 건강한 웃음 행복한 병원

신짜오! 베트남!

- 경상북도와 함께하는 해외 새마을의료봉사를 다녀와서... -

서 진 주 / 121병동

▇ 3일차
7시 기상. 반복되는 쌀국수 아침을 먹고 난 후 오늘도 기대와 우려를 모두 안고 보건진료소로 향했다. 체계적인 인원배치를 하기 위해 노력했고,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베트남어를 익히는데 다들 열성이었다. 어제 우리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탓이었을까? 보건진료소 앞마당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벌써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순간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해보자’라는 맘이 더욱 강렬해졌다.

오전진료 접수를 하는 내내,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듭되는 회의와 의욕이라는 양극의 감정이 오가는 속내를 추슬러야 했다. 이러한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한 명 한 명씩 접수대 앞을 거쳐 갔다. 길어야 1분 남짓. 얼굴을 맞대고 있는 순간 그들과 나의 거리는 30센티미터가 채 안되었다. 생김새가 다른 우리는 당연히 그들에게 경계의 대상이자 어려운 사람일 법도 한데, 그들의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 한없이 맑고 순박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속세의 이치와 문명의 이기에 찌든 나와 같은 사람이 이렇게 함께 맑아져도 되나 미안해질 정도였다.

진료를 하는 동안 어처구니없이 웃음을 터뜨린 경우도 생겼다. 예를 들면, 코 안이 간지럽다고 한 현지민에게 코를 후비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잠시 우리끼리 웃으며 한낮의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또 한 번은 신동훈 홍보협력실장님(피부과 교수)이 슈처세트(Suture set)를 준비해달라고 하셨다. 복부 덩어리 절제(Abdominal mass excision)를 위해서였다. 준비하는 도중 장비가 하나 부족해 10km 떨어진 인근병원에서 가져오기로 했는데, 환자가 자취를 감추어버린 것이었다.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덩어리(mass)가 점점 커지면 더욱 힘들어질 거라고 걱정을 하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였다.

이틀째 진료를 마감해갈 무렵, 진료실 안에서의 활동도 접수와 마찬가지로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진도 잘 나간다”며 현지 주민들만큼이나 밝게 웃으며, 나가는 실장님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근미 교수님. 덩달아 미소 짓는다... 베트남 3일차의 피로를 씻어내고 자리에 누웠다. 잠들기 전 생각의 한 자락이 나를 꼭 붙들어 맸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디를 가나 똑같은 일일진대, 살아가는 모양새가 이리도 다른 이유는 지금처럼 우리가 서로 도우며 살아가기 위함인가보다.’

▇ 4일차
일정이 변경되었다. 보건진료소의 전문 의료진이 부족했고, 의료체계가 불완전했기 때문에 기증물품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타이응우엔성에 있는 큰 병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예정시간보다 일찍 기상을 해야 했고, 오전진료에 매진했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진료 마감시간이 가까워올수록 왜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인지... 이와는 상관없이 주민들은 자꾸만 몰려왔다. 일정 때문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되돌아서는 일부 주민들에게 죄송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서둘러 꾸러미를 챙겨들고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도 안타까움 가득 목이 메어왔다.

2시간 정도 달려간 곳은 타이응우엔성 다꽈병원. 외관상 열악함이 여실했지만, ‘오랜 세월 끊임없는 외침을 성공적으로 물리친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듯한 직원들 태도에는 조금도 궁색함이 없어보였다. 다음 목적지인 인민위원회...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로 잡혀갈 것만 같이 생소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곳.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보니 우리나라 도지사급에 준하는 ‘성장’은 출타 중이었고, ‘부성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에어컨에 목말라있던 우리에게 그곳은 천국과도 같았고, 아무리 인사말이 길어진들 걱정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은 흘러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고, 얼마 전 경상북도 도지사가 방문했을 때도 없었다던 만찬을 받게 되었다. 의료봉사와 자매결연에 대한 축배를 들고 난 후 숙소로 향했다. 일정상 의료봉사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12월호에 계속)

※ 우리 병원 교직원 12명으로 구성된 해외 의료봉사단은 지난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5박 7일간 베트남 타이응우엔성 다이떠군 룽반마을에서 진료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당시의 감동과 추억을 일자별로 정서해 연말까지 4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그 세 번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