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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의료봉사 후기 - 신짜오! 베트남! - 2

작성자 : 서진주  

조회 : 2635 

작성일 : 2007-10-01 09:57:23 

베트남 의료봉사 후기-2 _ 건강한 웃음 행복한 병원

신짜오! 베트남!

- 경상북도와 함께하는 해외 새마을의료봉사를 다녀와서... -

서 진 주 / 121병동

▇ 2일차
베트남의 이른 아침, 창가에 비친 햇살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우리나라의 공기와는 분명 달랐다. 고온다습한 기후라지만 티 없이 맑고 깨끗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호수에 비친 햇살은 하염없이 반짝였고 우거진 초록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런 행운이 일행 중 가장 서열이 낮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을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내려갔을 때 알았다. 다른 선생님들 방은 사정이 달랐던 것이다. 습기가 차고 해가 들지 않아 곰팡내가 코를 찔렀고, 벽지가 군데군데 떨어진 곳이 있는 것은 물론 수압이 약해 샤워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방도 좁았고... 하지만 우리 방은 그 모든 것에서 예외였던 것이다. 하여간에 우리는 오늘 할 일을 기대하며 식당에 앉았는데, 환영이라도 하듯 쌀국수가 등장했다. 그 때는 정말 몰랐다. 3일간의 아침을 쌀국수와 함께 해야 함을... 그러나 누군가 가져온 고추장으로 한 끼 해결을 했다. 그 고추장의 인기는 폭등하는 주식에 비할 바 아니었다.

보건진료소로 향하는 버스... 차창 밖의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했다. 물론 밖에서 우리를 보는 이들도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체구가 왜소하고 팔다리가 긴 것은 분명, 환경과 지리적인 영향 때문인 것 같았다. ‘안남미’는 우리나라 쌀에 비해 길고 찰기가 없어 ‘후~’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 적도 가까이 살고 있는 그들이 농사일에서 버티기엔 턱없이 영양분이 부족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일부 부유한 국가 여성들에게 이 안남미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또 프랑스의 식민지로 오랫동안 있다 보니 가옥형태도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게 눈길을 끌었다. 사회주의국가인 여기에서의 토지분배는 가로 4m, 세로 7m를 기본구획으로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집의 정면에는 대문 하나만 있고, 뒤쪽으로 길게 복도같이 되어 있다고 한다. 층수는 맘대로 올려도 된다는 점이 특이했다. 따라서 차지할 토지면적이 적은 그들의 집은 기본 3층에서 5~6층까지도 올라간다고 한다. 그나마 그것도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에 가능하고, 페인트칠할 돈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눈에 보이는 정면에만 칠하거나 그마저도 돈이 없는 이들은 짚으로 지붕을 삼고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치고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생소한 환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야자수 나무. 황소가 일하는 우리의 논과는 달리 그곳에는 뿔이 사나워 보이는 검은 물소가 논을 갈고 있었다.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나라 베트남... 임의대로 거주지를 이동하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아 불법체류가 난무해 정확한 인구측정이 되지 않는 나라...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주의구조 속에서 누구는 착취하고, 누구는 헐벗어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짧은 1주일 동안 그들의 생활을 모두 바꿔 줄 수는 없지만, 무엇을 얼마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 버스는 보건진료소에 입성했다.

“신짜오” 어색한 인사. 대충 알아들을 법도 한데 발음상의 문제로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파트별로 진료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하루진료를 시작했다. 세 분 교수님 표정에는 심각함과 진지함이 감돌았고,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요 질환은 대체로 식수부족과 뙤약볕 아래에서 장시간 하는 농사일로 인한 신장 질환, 간 질환, 영양부족(말 그대로 옮기면 “잘 못 먹어요”가 된다)과 그로 인한 속 쓰림, 만성 피로, 어지러움, 고혈압 등이었다. 비위생적인 치아관리에 의한 충치 뿐 아니라 철분과 석회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물에 기인한 치석침착, 피부 질환 또한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주된 질환으로 근육통이 있었다. 따라서 장민철 전공의와 하진영 간호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멈추지 않았고,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긴 했지만 그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첫 진료에서 오는 긴장감과 어수선함은 오후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11월에 계속)


※ 우리 병원 교직원 12명으로 구성된 해외 의료봉사단은 지난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5박 7일간 베트남 타이응우엔성 다이떠군 룽반마을에서 진료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당시의 추억과 감동을 일자별로 정서해 연말까지 4회 연재하고 있습니다. 본 내용은 그 두 번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