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이야기

보호자체험 수기 _ 마음에서 마음으로...

작성자 : 조 현 정  

조회 : 3244 

작성일 : 2009-01-29 16: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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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체험 수기 _ 마음에서 마음으로... - 조현정간호사 이미지

보호자체험 수기


마음에서 마음으로...


- 환우가족 돼 진정한 돌봄 실천한 백의천사(白衣天使) -

조 현 정 / 82병동


간호사 오리엔테이션의 마지막, 보호자체험 날

보호자 입장에서 환우들 앞에 서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우 생소하고 어색한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떤 환자를 돌보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병동에 도착했고, 전날 장출혈로 수술 받은 외과환우를 맡게 됐다. 이번 체험 과정에 대해 미리 설명을 들은 터여서 그런지 환우와 보호자 모두 나를 반겨주었다. 보호자에게 걱정 말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집에 가서 편히 쉬고 오시라고 안심시켜 드렸다.


환우와 눈높이를 맞추고 정식으로 얘기를 나눴다.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에 영남대학교병원에 들어오게 됐고, 현재 교육 중이라고 하자 “축하해요. 앞으로 열심히 해야 되겠네~”라며 오히려 격려해주셨다. 환우를 돌보러 온 내가 반대로 열심히 하고 힘내라는 격려를 받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본인이 이렇게 병상에 누워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건강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마치 중환자실 환우처럼 평소엔 본적도 없는 수액, 갖가지 기구와 튜브들을 몸에 달고 있자니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할 수밖에.


테이블 위에 로또 복권이 한 장 놓여 있었다.

“로또 하셨나 봐요? 오늘이 추첨일인데 맞춰보셨어요?”라고 묻자 “허허, 울산에 있는 아들놈이 병원에 오면서 병실에 누워있으면 심심할까봐 재미있으라고 복권 하나 사왔네. 내일 맞춰보라고 해야지. 그놈이 벌써 대학교 4학년이야.”라고 답했다. 장성한 아들 이야기를 하며, 병중의 아버지는 큰 웃음을 지어보였다.


주무실 때 소변량을 매시간 체크해야 했다.

틈틈이 책도 보고, 수액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잠에서 깨어나서는 피곤할 테니 잠깐이라도 눈 좀 붙이라며 걱정해주셨다. 다행히 통증도 호소하지 않았고, 수술 후 출혈 증상 없이 호전되고 있었던 덕분에 아저씨(환우가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성인 남자분이어서 이렇게 명명) 말씀대로 1~2시간 정도 새우잠을 청할 수 있었다.

 

날이 밝고 24시간 체험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아저씨는 먼저 “잠도 못 자고 수고 많았어요.”라는 인사를 건네셨다. 사실 밤에 마땅히 한 일도 없어서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피곤함이 몰려왔다. 아침에 온 보호자에게 별 탈 없었다는 말을 전하고 나서 집으로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환우들 사이에서 일을 하다보면

유난히도 극성인(?) 보호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허다했었다. ‘내가 지금 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 짧은 몇 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재촉하는 거지?’라며 짜증 섞인 불만을 토로한 적도 많았다. 이번 체험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보호자가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부끄러운 고백일까?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어색해하는 나보다 몇 십 배는 더 불편했을지도 모를 아저씨께 이런 귀한 경험을 얻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하루 빨리 완쾌해 다시 건강한 삶을 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