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쓰는 병동일지5

작성자 : 교직원  

조회 : 7261 

작성일 : 2000-12-22 00:00:00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안녕하세요?" 바쁘게 일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얼마 전에 위암으로 남편을 잃어버린 미망인이 인사를 하러왔다. 그녀는 약간 슬픔을 뛴 미소를 지으며 작은 포장꾸러미를 내밀었다. 그 속에는 예쁜 초와 장식받침대가 들어 있었다. 병실에서 간호할 때 보다는 조금은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때는 정말 고마웠다고 그래서 이렇게 인사하러 왔댄다. 그녀의 남편은 위암말기로 그 통증이 엄청나게 컸다. 밤에는 그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신음소리가 병실을 울리게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리를 멀리하려고 외면해버리기도 했다. "전 오래 살 기대는 하지 않아요. 그의 마지막 말이 뇌리를 맴돈다. 우리병원 에는 아직 호스피스병동이 따로 없다. 일반환자들과 임종환자들과 한 병실에서 그들의 요구들을 다 수용하지 못 한 채 환경적인 어려움에 접할때가 많이 있다. 더군다나 내가 근무하고 있는 122병동은 일반외과 수술환자들과 뒤섞여 있다. 임종을 지켜보아야하는 가족들은 그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가족인 환자를 보내는 슬픔을 감당하기조차 힘든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저런 환자를 꼭 같은 병실에 두어야 해요? 나머지 사람들은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요. 1인실 이라도 보내면 안되나요?" 보호자들의 항의가 밤새도록 우리를 괴롭힌다. 간호사의 입장에서 해결 안 되는 문제로 난처할때가 많다. 또한 병실적인 문제에 국한되어있지만은 않다. 한 달을, 더 살기 위해 발버둥대지는 않는다. 그들의 마지막이 우아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곁에서 고통받지 않고 그들의 품에서 깊이 잠들기를 바란다. "진통제 한 대만 주세요. 너무 아파요. 제발요." 밤이면 더욱 그들의 절규아닌 애절한 고통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한다. 남편의 죽음을 그녀는 슬퍼해하면서도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것에 다소나마 위안을 얻는 것같다. "미안해요. 참으로 착한 분이셨는데… 요즈음 어떻게 지내세요?" 그냥슬픈 미소만을 지으며 말이 없다. 우리는 마지막을 예상하면서도 환자로써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시켜주지는 않는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진통제 한 대를 주고 할 일을 다했노라 하며 그 자리를 떠난다. 병원에서 맺은 인연으로, 찾아오는 이들의 죽음을 앞에 두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도 아무런 준비도 하지않고 그들을 보냈다.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서는 "미안합니다" 가 전부다. 휴지를 떼어서 눈물을 닦아주고 작은어깨를 빌려주기도 했지만, 그래도 허전함이 그대로 남는다. 그 자리를 벗어나서 얼른 챠트를 정리하고 영안실로 그들을 안내하고 돌아서 버린다. 해야할 무언가를 다 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가지 않는다. 그들의 이름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지막까지 내가 지켜보았던 수많은 이들에게 좀 더 잘해줄걸, 다시는 그들처럼 아쉬운 이별을 하지 말아야지… 최선을 다 해서 그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 주어야지. 그들의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해주어야지. 나의 남겨진 일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깊이 다짐한다. ★간호부 122병동 김향자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