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쓰는 병동일지3

작성자 : 교직원  

조회 : 7283 

작성일 : 2000-11-16 00:00:00 

○나는 환자를 사랑한다.○


나는 환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고열로 시달리는 환자앞에서 "왜 또 열이나"하고 말하는 나의 목소리는 짜증스러운 것이었다. 이제 병원에서 근무한지 8개월. 조금은 간호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이 조금은 퇴색되어갈 무렵, 난 재활병동으로 옮겨 근무하게 되었다. 각 병동의 재활환자를 모아 재활병동을 open한 것이다.
환자마다 history가 다르고, 나을려는 의지와 신념이 다르기에 처음에 그들에게 접근하기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신졸 간호사인 나에게는 더욱더...
나의 가족이 저렇게 누워있다면, 어떤 마음일까? 아직 경험이 부족한 나는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면 좋을지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그리곤 2년전 병원 실습을 앞두고, '나이팅게일 선서'를 외던 그때의 마음을 되새기게 되었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채 운동을 하고 돌아온 환자와 보호자가 침대에 환자를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할 때 "예"흥쾌히 대답하며 혹시나 환자가 미안해 할까봐 오히려 걱정하며 달려가고, 열이 날땐, "열이 조금 나거든요, 떨림이 없거든 이불을 덮지 말고 시원하게 닦아주시면 열이 좀 내려요"라고 하며 금방 열이 내리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신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무심히 내뱉는 내 말한디가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에 조심했다.
사실, 재활병동에서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간호는 적을지 모른다. 물리치료, 작업치료와 같은 재활치료를 하며 병원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도움을 수 있을까?
그런면에서 우리병동의 수간호사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들은 나의 모범이 된 분들이시다.
야유회를 계획하여 환자에게 병동생활의 지루함에 활력을 찾아주고, 간호사들과 친해질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또한 환자를 위해 휠체어와 다른 재활기구를 사주기 위해 '재활병동환자들의 기금조성을 위한 바자회'를 계획하셨다.
바자회를 하던 날, night번 근무에 피곤해 오후에 병원에 오게 되었다. 병원에 거의 다 왔을 때, 모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곳엔 수간호선생님을 비롯한 병동 간호사선생님께서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기를 굽고 빵을 만들며 수고를 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근무로 피곤한 핑계로 '가기싫어죽겠네. 나는 안가면 안되나?'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다. 많은 도움을 안되지만, 참석하는 자체가 환자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나중에야 할 수 있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구조원이 "물속으로 들어와요. 안전합니다. 제가 당신을 잡아 줄테니" 그리고서는 그 사람이 물속에 실험적으로 첫발을 들어놓자, 점심을 먹으러 갈려고 하는 사람처럼 책임없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병동의 환자들은 나의 환자들이고 나는 그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하며, 참된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 난 '사랑은 사람을 치료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머릿속에 되새겨보며, 언제나 사랑으로써 환자를 간호할 것을 다짐해 본다.
●영남대학교의료원 간호부 111병동 이정숙 간호사(영남일보 2000년 11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