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에세이2

작성자 : 교직원  

조회 : 6579 

작성일 : 2001-12-29 00:00:00 

신생아실의 알람! 해맑은 아가들을 보며
곽애정/소아과 레지던트

“응애앵... 응애앵... 응아앙 아앙...”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면 날 깨우는 신생아실 알람소리!
못 일어날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여러 시계를 여기 저기 늘려놓을 필요도 없다. 신생아 bathing time에 맞춰
한 명 두 명 차례대로 모두 bathing이 끝날 때까지 울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엔 간호사까지... 신생아실 알람
시스템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하루...!
6AM 샘플부터 한 차례 전쟁을 치뤄야 한다. 겨우 샘플해서 lab실로 가면 이젠 샘플 양이 모자란단다. 한숨이
절로.. 1000gm 미만의 미숙아에서 성인들처럼 5cc 이상 채혈을 한다면 이 환아는 샘플할 때마다 수혈을 해야
한다. 왜냐면 Hb이 낮아 수혈을 한다면 성인처럼 1pack 단위가 아니라 10cc 정도니까... 미숙아 경우는 수혈하
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에 큰 혈관이 하나 잡혀져 있어도 수혈할 때마다 라인을 다시 잡는다. 2-3시간 걸려 잡
은 라인이 2시간 수혈 후 빼야할 때 우리 과 외 누가 그 심정을 알까..
소아는 모든 것이 성인보다 작기 때문에 병에 대한 회복속도, 악화속도, 어떤 약물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속도
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침에 하얗게 넘어가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환아도 하루종일 정성을 다해
care를 했을 때 오후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본 신생아실은 아기자기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나로서는 지뢰밭을 연상케 한다.
내일 퇴원예정인 정상 신생아가 갑자기 seizure(경련)을 하여 중환이 되고, 잘 먹고 잘 지내던 중이더라도 갑자
기 숨을 안 쉬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 명씩 되기 때문에 긴장을 풀고 있다가는 사고나기 일쑤다.
신생아는 말이 없다. 많이 보채거나, 처지거나, 잘 먹지 않거나, 열이 나거나... 이 몇 가지 되지 않는 표현이 고
작이다. 그 환아가 준 두 서너 개의 힌트로 우린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것도 제한시간 안에... 제한시간 내 문제
를 풀면 환아의 상태는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답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오후 내내 보호자 면담을 비
롯해 신생아가 준 문제를 풀고 또 풀고, 검사하고 처치하다 보면 하루 반나절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신생아를 껴안고 응급실로 왔다갔다 하면 이내 작은 시계 바늘은 자정을 넘어간다.
그날 운세는 응급실 공덕이다. 응급실 환자가 많아 잠시 잊고 지낸 내 아기(?)를 보러 신생아실 문을 열 때쯤
이면 두 세시... 피곤하지 않느냐며 커피까지 태워주면서 내 대신 라인도 잡고 BST, i-stat까지 해 놓고 기다리
는 신생아실 간호사야말로 나의 수호천사가 아닐까...
한숨 돌려 인큐베이터 앞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자다가 모서리에 팔이 끼였지만 빼지 못하
고 사정없이 울기만 하는 아기, 1시간이 멀다 하고 배고파 우는 일명 중학생 아기, 한쪽으로만 누워 자서 머리
모양이 이상한 일명 삐죽이, 황달치료를 받는다고 썬그라스 낀 아기... 보기만 해도 해맑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
는 신생아실 분위기 maker들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준다.
적절한 온도, 습도가 맞춰진 쾌적한 공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우유도 주고, 깨우는 사람없이 계속 잠만 잘 수
있는 인큐베이터 인생이 간간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더 이상의 응급실 콜이 없기를 바라며 책상 위에 잠시 눈을 붙인다.
신생아실 알람이 조금은 늦게 울리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