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쓰는 병동일지6

작성자 : 교직원  

조회 : 7565 

작성일 : 2001-01-31 00:00:00 


흰 가운을 입은 것이, 또 병원 간호사라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나 환자들 앞에서는…. 병원이라는 위치, 또 건강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건강을 회복시켜야 하고 그래서 더욱더 건강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오늘도 나는 어제와 같이 아픈 이에게 따뜻한 말을 전한다. '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세요?' 나의 간절한 바램을 눈빛으로 보낸다. 그리고는 손을 꼭 잡는다. 병원에 들어선지 10년이 지나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새삼 느낀다. 최근에 많은 환자 중에 나의 가슴에 슬픔으로 남아있는 소년이 있다. 그는 고2로 뇌종양 환자다. 수술 후 방사선치료 중 부작용으로 더 이상의 치료가 없었고, 그 후 재발... 잦은 무서운 경련으로 입원했다. 엄마가 안 계신 그는 형과 성격이 급하신 아빠, 그리고 연로하신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환자의 경련은 잦았다. 경련 때마다 주사를 주어 멈추게 했다. 때로는 혼자서 감당하면서 우리 의료진을 놀라게까지 했다. 경련의 충격은 소년의 왼쪽 다리를 힘없게 만들었고, 걷기조차 힘들게 했다. 그 와중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소년의 눈빛을 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손을 잡으며 '○○야! 밥 먹었니?' 그 뿐이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야! 너 얼마나 아프고 힘드니? 왜, 그 고통을 너 혼자서 참으며 인내하니, 이 누나가 있으니 걱정하지마 내가 지켜줄게 그리고 힘든 너의 상태를 누나에게 항상 얘기하렴' 하면서 안아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답 없음은 나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최근 ○○에게 진료과가 바뀌면서 찍은 사진에서 재발이라는 진단이 또 붙으면서 희망이 생겼다. 1%의 가능성을 위해 항암요법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 결정이 있고 난 후 내과 교수님은 ○○를 보러 병동에 오셨었다. 그 병실에 없다는 걸 안 나는 치마를 입은 것도 아랑곳없이 항상 그가 혼자서 잘 가는 곳으로 뛰어 갔다. ○○의 휠체어를 잡고 얼마나 뛰어 왔는지 모른다. ○○도 교수님의 '우리 한번 치료같이 해보자'는 말에 수줍어하며 좋아했다. 이제까지의 희망과는 차원이 다른 희망이었다. 마냥 지켜보아야만 했던 안타까움에서 가능성의 도전은 나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현재 ○○는 1차 약물요법을 받고 있다. 작은 약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에게 약이 되라고 그래서 얼른 일어나 주기를 난 오늘도 기도해 본다. 이틀 전 나이트 근무 때는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의 방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메스꺼움도 참아내며 꿋꿋이 버텨주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야! 항상 지켜보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너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힘을 내라고 이제는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어서 병원에 가보고 싶다 . 그의 손을 잡으러.... ★간호부 72병동 최창선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