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쓰는 병동일지1

작성자 : 교직원  

조회 : 7004 

작성일 : 2000-11-16 00:00:00 

엽서


어느날 늦봄 병동에 근무 중이던 나에게 귀여운 엽서 하나가 배달 되었다.얼마전 어느 간호대학교에서 실습 나왔던 OOO간호학생이 보내 온 것이었다.
그 학생은 얼마전 처음으로 우리병동으로 실습을 나오게 되었는데 병동에서 실수로 손가락에 상처를 입어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내가 따뜻하게 대해주어 너무 감사하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 학생 얼굴이 기억났다. 자그마한 키에얼굴엔 항상 웃음이 가득했던 학생이었다. 나는 그 학생이 유리조각에 손가락을 베어서 피가 심하게 나는 것을 보고 얼른 주위에 있던 의사에게 부탁하여 응급처치를 받게 해 주었다. 얼마나 놀라고 무서우며 아플까 하는 마음에서 처치하는 내내 나는 학생 곁에서 조금만 참으면 다 끝날꺼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결국 상처는 심해서 3땀 정도를 봉합하게 되었다. 학생은 창백한 얼굴 빛이었지만 생끗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잘 참을 수 있을 꺼라고 옆에 있던 나를 오히려 안심시켜 주는 것 이었다. 난 그런 학생을 보면서 무척 대견스러웠다. 그후 시간이지나 그 학생은 실습을 마치게 되었고 내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을 쯤 엽서를 받은 것이다. 나는 언니 간호사로써 우리병동에 실습 나온 학생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고맙다는 엽서를 보낸 그 마음 씀씀이가 나 또한 너무 고마웠다. 엽서를 받은 그 날은 하루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 그 학생이 졸업하고 나서 나처럼 병원에 근무하게 된다면 다른 후배들에게 잘하겠지 하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나는 내과병동에서 신졸 간호사 때부터 줄곳 6년째 근무를 하면서 이 작은 엽서 하나로 그동안 나에게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나를 위해 애써준 나의 직장 선배님, 나의 동료들 그리고 나의 후배들에게 나는 얼마나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살았는가 하고 반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또한 병동에서 환자를 간호 할 때에도 오히려 환자나 보호자들을 통해서 내가 위로 받았던 적은 얼마나 많았던가….
고통 속에서도 가만히 숨어 앉아있는 삶의 소중함들도 아픈환자들 속에서 느끼지 않았던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로 받았던 그 이상으로 나 또한 나에게 의지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그 보답을 해왔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오늘은 어제 이세상을 떠난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소중한 하루임을 생각하여 아무 느낌없이 그저 콘크리트 병실을 들락거리는 그런 간호사는 되지 않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영남대학교의료원 내과병동 임애경 간호사 (영남일보 2000년 8월18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