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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호스피스 치료, 존엄한 죽음의 시작 - 고성애 교수(혈액종양내과)

작성자 : 홍보협력팀  

조회 : 443 

작성일 : 2018-12-06 10: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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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호스피스 치료, 존엄한 죽음의 시작 - 고성애 교수(혈액종양내과)

모든 사람은 죽는다.

이 명제는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얘기하여도 무방할 정도로 명백하고도 명징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내가 언젠가는 죽겠지.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때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지금을 살기에 몰두한다.


'암'이라고 진단받은 환자들도 이 무겁고 중한 진단 앞에 잠시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마음에 살짝 드리우긴 하지만,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의 치료 열정을 불태우면서 '나의 죽음'과 관련된 생각은 수면 밑으로 잠재운다.


‘존엄한 죽음’이란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은 좀처럼 죽음의 그림자를 지우기 힘들다. 치료될 듯하다가 또 나빠지고 다시 다른 약으로 바꾸고, 이것이 반복되다가 더는 치료할 수 없는 상태에 당도하여 치료받는 환자와 치료하는 의사, 모두 낙심되는 시점이 온다. 이때 보호자 혹은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환자들은 나에게 묻는다. ‘얼마 동안 살 수 있을까요?’라고.
이때가 좀 더 진지하게 구체적으로 죽음에 관해 논의하고 준비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좀 더 빨리 논의해야 할 필요도 있다. 환자나 암에 따라 갑자기 암이 빨리 진행되어 죽음을 준비할 새도 없이 사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때 이르더라도 다들 죽음의 논의는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어 한다.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죽음’이 곧 당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피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조차도 먼저 꺼내서 논의하고 이야기하기가 힘든데 환자나 보호자는 오죽하랴.
종양내과 의사로 많은 죽음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죽음을 용감하게 또 겸허히 받아들이고 살아온 삶들에 대해 긍정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사랑한다’의 말들을 전하며 편안히 눈을 감는 죽음이야말로 정말 좋은 죽음이자 존엄한 죽음이 아닌가 한다. 

 

 

모두가 함께하는 곳
몇몇 환자들이 정말 죽음의 그림자로 불안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담담하고 평온한 모습으로 사망하셨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다들 죽음은 처음 맞는 일이고, 본인도 가족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미지의 일일 것이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암을 치료하는 일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암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맞아들이고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서도 도움을 주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의학적인 부분들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신적, 영적인 부분까지 도움을 주어야 완성될 일들이다. 그래서 호스피스 치료라는 것이 도입되었고 여기에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사회복지사 종교인들과 자원봉사자까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모였다.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호스피스팀, 그리고 자원봉사자
우리 병원 호스피스팀은 종양내과 의사와 호스피스를 전담하는 간호사 2명, 사회복지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타과에 입원한 말기 환자를 찾아가서 도와주는 자문형 호스피스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손발이 되어주고 얘기를 들어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고, 종교를 가지신 분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위해 목사님, 수녀님, 스님들이 방문하여 조금 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악회나 마사지, 이발과 같은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호스피스병동이나 호스피스 치료에 관해 이야기하면 죽으러 가는 곳이라며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지만, 최근 인식이 많이 변화하여 인생의 말기를 맞은 환자에게 좀 더 육체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평안한 임종을 위해 많이 상담을 요청하신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치료가 안 되는 말기를 진단받은 본인이 의논을 통해 의미 없는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서류도 작성하는 등의 인식변화가 상당하다.
암 말기가 되면 상당한 통증이나 호흡부전 등으로 많이 힘들어하신다. 최대한 육체적인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호스피스팀에 속한 의료진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정신적으로도 위로와 격려를 통해 평온하게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용감한 환자들에 드리는 말
마지막으로, 타 장기로 전이되어 진행된 암으로 치료하시는 환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무겁고 중하게 느껴지는 암이라는 진단 앞에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하면서, 삶을 긍정하며 영위하고 있는 우리 환자들에게 정말 멋있다고, 용감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종양내과의사로서 많은 죽음을 봤다지만, 3자의 입장으로 본 죽음의 두려움, 불안함만을 짐작 정도 할 뿐이지 온전하게 공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치료 중 혹시 제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노여움을 푸셨으면 하는 바람의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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